고전시

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

예성 예준 아빠 2010. 4. 9. 08:50

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

白蓮寺西石廩峰(백련사서석름봉) : 백련사 서쪽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유승척촉행발송) : 어떤 중이 이리저리 다니며 소나무를 뽑아내고 있네.
稚松出地纔數寸(치송출지재수촌) : 어린 소나무 싹이 터서 땅위로 두어 치 자라
嫩幹柔葉何丰茸(눈간유엽하봉용) : 여린 줄기에 포름한 잎사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영해직수심애호) :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거니
老大況復成虯龍(노대황부성규룡) : 하물며 자라서 커지면 용이 틀어오르듯 되겠거늘
胡爲觸目皆拔去(호위촉목개발거) : 저 중은 어이하여 눈에 뛰는 대로 쏙쏙 뽑아버려
絶其萌蘖湛其宗(절기맹얼담기종) : 그 싹을 아주 말려 소나무라면 멸종시키려 든단 말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유여전옹하서휴장참) : 마치 부지런한 농부 호미 괭이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력제랑유근위농) : 가라지 잡초를 뽑아서 곡식을 잘 가꾸듯
又如鄕亭小吏治官道(우여향정소리치관도) : 또 마치 향정의 대로를 닦느라고
翦伐茨棘通人蹤(전벌자극통인종) : 가시덤불 잡목을 베서 인마를 통하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우여위오아시수음덕) : 또 마치 옛날 손숙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느라고
道逢毒蛇殲殘凶(도봉독사섬잔흉)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때려잡아 해악을 제거하듯
又如髬鬁怪鬼披赤髮(우여비리괴귀피적발) : 또 마치 더벅머리 괴기가 붉은 머리털 더풀더풀
拔木九千聲訩訩(발목구천성흉흉) : 나무 구천 그루 잡아 뽑으며 시끌시끌 떠들어대듯
招僧至前問其意(초승지전문기의) : 그 중을 불러와서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승열불어루여?) : 중은 울먹이며 말 못하고 눈이 이슬이 적시는구나.
此山養松昔勤苦(차산양송석근고) : 이 산은 양송(養松)을 전부터 공들여 하였거든요
闍梨苾蒭遵約恭(도리필추준약공) : 스님 상좌 모두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으니
惜薪有時餐冷飯(석신유시찬냉반) : 땔나무 아끼느라 찬 음식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순산직지명신종) : 산을 순시하다 보면 새벽종 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邑中之樵不敢近(읍중지초불감근) : 읍내 초군들도 감히 범접을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황내촌부쉬기봉) : 촌의 나무꾼들이야 도끼 들고 얼씬이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수영소교문장령) : 수영의 군교들이 장영 받고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입문하마기여봉) : 절 문간에서 말을 내리는데 그 기세는 벌떼 덤비듯
枉捉前年風折木(왕착전년풍절목) : 작년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를 일부러 벤 것으로 트집잡아
謂僧犯法撞其胸(위승범법당기흉) : 중을 보고 금송을 범하였다 가슴을 들이치니
僧呼蒼天怒不息(승호창천노불식) : 중은 하늘에 호소해도 분노가 식지 않지만
行錢一萬纔彌縫(행전일만재미봉) : 어찌 합니까, 돈 만 닢을 바쳐 겨우 액땜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금년작송출항구) : 금년에는 벌목을 하게 해서 항구로 모두 운반하는데
爲言備倭造艨艡(위언비왜조몽당) : 말인즉 왜구를 방비해서 병선을 만든다 하였으되
一葉之舟且不製(일엽지주차불제) : 조각배 한 척도 당초에 만들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지자아산무구용) : 속절없이 우리의 산만 옛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네요.
此松雖稚留則大(차송수치유칙대) :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拔出禍根那得慵(발출화근나득용) :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자금과발여과종) : 이제부턴 소나무 뽑아내기 소나무 심듯 할 일이니
猶殘雜木聊禦冬(유잔잡목료어동) : 잡목이나 남겨두면 겨울에 화목으로 쓰겠지요.
官帖朝來索榧子(관첩조래색비자) : 오늘 아침 공문이 내려와 비자를 급히 바치라 하니
且拔此木山門封(차발차목산문봉) :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문 봉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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