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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떠났어 괜히 가봤어~ 이름값 못하는 유명 여행지

예성 예준 아빠 2010. 7. 6. 07:52

괜히 떠났어 괜히 가봤어~ 이름값 못하는 유명 여행지

환상을 품고 떠난 유명 여행지에서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고? 이런 경험담이 당신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여행 전문가들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에디터 양이슬


NAME_ 오상훈
FROM_ 여행 포털 사이트 올댓월드(www.allthatworld.co.kr) 대표 TO_ 인도 아그라
DATE_ 2004/10


EXPECT_ 타지마할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세 ★★★★★ /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위엄과 유네스코에 보내는 신뢰 ★★★★☆ /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과 왕비 뭄타즈의 슬프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

DISAPPOINT_ 타지마할 입구에서 물을 사먹은 게 화근이었다. ‘물갈이’를 한 거다, 것도 아주 심하게. 화장실 시설도 턱 없이 부족한 지라 온종일 진땀을 뺐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그때 여행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이었다. 유명 관광지인 만큼 찾는 관광객도 많을 텐데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아쉽고 아쉬웠다. 벌써 5~6년 전 얘기니까 지금은 많이 좋아졌겠지(이조차도 기대가 될까)?

TIP
_ 뭄타즈를 향한 샤 자한의 사랑이 느껴지는 그 눈부신 건축물은 건축가가 아니더라도 감동을 받고도 남을 만하다. 건축학적으로도 그 완성미를 높게 평가받는 타지마할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듯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발산하는데 진짜 영혼이 머물고 있는 듯하다. 흔히 ‘백색의 진주’나 ‘꿈의 궁전’으로 불리는 타지마할은 낮에는 흰색이지만 아침에는 자줏빛으로 황혼녘에는 황금빛, 그리고 보랏빛과 푸른빛으로 그 색채가 수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근의 높은 언덕이든 다른 건물 위에서든 살짝 맛볼 수 있다.



NAME_ 레이먼 김
FROM_ 그릴맥(압구정), 블랭크 카페&브런치(광주·순천), 오케이 스테이크 하우스(양재) 셰프
TO_ 캄보디아
DATE_ 2010/03


EXPECT_ 앙코르와트 사원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믿음 ★★★☆ / 150만 이상이 크메르 루즈에게 학살당한 킬링필드가 남아있는 나라라는 자체 ★★★★☆

DISAPPOINT_ 손바닥에서 땀이 날 지경으로 끔찍하게 덥고 습한 날씨라 숨쉬기도 쉽지 않았다. 호텔이 아니면 여행 경비를 환전하기가 힘들 정도로, 무엇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아 여행자에게는 불친절한 나라. 그러면서도 너무 빨리 서구 문명과 관광객들에게 물들어 버린 사람들의 모습은 여행에서 기대한 그 무엇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혼자 여행하기엔 많이 부족한 안내서들까지 제대로 한몫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가난했던 우리의 60년대를 생각하며 참으려고 했지만, 결정적으로 이건 ‘아니잖아!’라고 느낀 것은 요리사로서 기대한 그 나라의 대표 음식. 대표 음식은커녕 특산물도 하나 없고 메콩 강의 물을 직접 떠서 요리하는 거리의 서민 음식이란. 맛있을 거 같지? 
그치만 메콩 강 앞에서 바로 굽는 민물고기 바비큐를 한 입만 베어 물면 그 순간 당신도 말하게 될 걸? 진짜, 정말, 진심으로 ‘이건 아니잖아!!!’라고.

TIP
_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앙코르비어는 꼭 마셔보시길. 앙코르와트 사원도 볼만하다. 바비큐에 실망한 내 입을 기쁘게 한 프놈펜의 ‘평양랭면’도 강력 추천하는 바다. 왜냐고? 평양랭면에서는 북조선에서 온 은하 동무, 문옥 동무가 서빙하는 ‘옥류관 랭면’을 맛볼 수 있으니까.



NAME_ 임재훈
FROM_ 세계로여행사 유럽팀 과장
TO_ 그리스 아테네
DATE_ 2006/10

EXPECT_ 유럽 문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문명의 중심지 ★★★ / 유럽의 모든 유적과 유물의 시작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시 ★★★★☆ / 한 이온 음료 광고 때문에 ‘로망’을 꿈꾸게 된,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의 이미지가 강렬한 산토리니 섬을 들어가기 위해 꼭 거쳐야하는 관문 ★★★★★

DISAPPOINT_ 기대 속의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그 많던 유적과 유물은 이미 다른 유럽 강대국에게 약탈당한 지 오래다. 기대만큼 도시의 유구한 역사를 볼 수도 없었다. 게다가 찾아간 유적마다 보수 중이어서 폴폴 날리는 먼지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 덕에 그리스 아테네까지 갔지만 유적은 제대로 구경조차 할 수도 없는 처량한
신세가 돼버렸다. 날씨조차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도 한참 지난 10월이었건만 폭염에 잠을 설쳐야 했으니까. 이뿐인가. 저녁이면 길거리를 헤집고 다니는 집채만한 개들은 강도나 소매치기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였다.

TIP
_ 불이 꺼지지 않는 플라카 지구에서 여행자와 아테네 시민들에 둘러싸여 맥주를 곁들여 맛봤던 수블라키(souvlaki 그리스식 꼬치 요리). 이 도시에서의 모든 피로와 불만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 땅에 남아 있는 제우스 신전, 파르테논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 고대 아고라 등의 건축물들은 ‘그래도 아테네군!’이라는 위로를 하게 한다.



NAME_ 이주연
FROM_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기자 / <크루즈 100배 즐기기> 저자
TO_ 베트남 하롱베이
DATE_ 2008/05

EXPECT_ 낯선 도시 베트남 하롱베이에게 생겼던 수많은 궁금증 ★★★☆ / 2003년 한 국적기의 광고에 등장해 당장 가고 싶게 만든 욕망 ★★★★☆ / 한 장의 수묵화가 연상되는, 바다에 촘촘히 박혀 있는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안개에 휩싸여 있고, 그 사이로 빨갛고 노란 돛을 단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풍경 ★★★★★

DISAPPOINT_ 광고 영상 속 이미지에 너무 많이 기대한 것이었을까. 22초의 짧은 이미지 하나로 하롱베이를 기항하는 크루즈 여행을 선택했건만, 정작 가보니 속은 기분이 들었다. 광고 속에서는 돛을 한껏 펴 운치 있게만 보인 배였는데 돛은 접혀 있는 상태였고 선명한 광고 문구를 내건 모습이 싸구려 관광 보트에 가까워 보였다. 게다가 광고 속 몽환적인 음악 대신 흘러나온 경박한 베트남 가요는 귀를 성가시게 했다. 바위들이 비켜서서 박혀 있는 풍경도 곧 지겨워졌으며, 차라리 다도해나 갈 걸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TIP_ 그럼에도 크루즈선이 하롱베이를 빠져나가는 어수룩한 저녁 무렵, 높은 곳(크루즈 높이는 250m에 달한다!)에서 내려다본 수천 개의 바위는 장관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돛단배에서 맛
봤던 그 귀하디 귀하다는 다금바리 회와 하노이 맥주의 맛만큼은 잊을 수가 없다. 잇따라 등장한 초장과 소주에 나도 모르게 탄식을 자아냈어야 했지만 말이다.



NAME_ 남기환
FROM_ 여행 포털 사이트 올댓월드(www.allthatworld.co.kr) 팀장
TO_ 태국 치앙마이
DATE_ 2010/03

EXPECT_ 인도와 1, 2등을 다투는 코끼리의 인기 ★★★☆ / 코끼리를 활용한 관광 상품의 다양함(심지어 매년 국제적인 규모의 코끼리 폴로 대회도 열린다!) ★★★★ / 어릴 적 아빠 등 이후 누군가의 등에 올라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

DISAPPOINT_ 코끼리 등에 올라타면 어떤 기분일까? 물론 높직한 코끼리 등에 올라탔을 때의 스릴과 그 육중한 몸을 움직일 때 등에 올라탄 이의 발끝으로 전해지는 코끼리 근육의 투박한 움직임은 스릴 이상의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뙤약볕 아래, 내 
가 올라타고 있는 이 녀석의 피부가 얼룩덜룩 벗겨진 귀와 코가 생생히 드러나는 순간 이건 할 일이 못 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는 것. 적어도 관광객들이 이용(?)해줘야 이 녀석들의 먹이가 생긴다는 생계형 논리로도 코끼리 트레킹은 권할 만하다. 그런데도 내내 마음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중동에서 낙타도 타 보고, 유럽에서 말도 타봤지만, 유난히 코끼리에 마음이 더 아렸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TIP
_ 그래도 굳이 태국에서 코끼리 트레킹을 경험하고 싶다면, 순수하게 동물과 교감하는 순간의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치앙마이 산악 코끼리 트레킹을 선택하길. 밋밋한 코스보다는 울창한 밀림을 헤치고 지나는 프로그램을 찾아나선다면 ‘아~ 이래서 코끼리는 치앙마이에서 타봐야 하는 구나~’ 하게 될 것이다. 근데 그런다고 마음이 좀 나아질까?




NAME_ 남기환(위와 동일인물... 맞습니다, 맞고요~)
FROM_ 여행 포털 사이트 올댓월드(www.allthatworld.co.kr) 팀장
TO_ 이스라엘 예루살렘
DATE_ 2008/06

EXPECT_ 세계 문명사의 살아 있는 현장(뭐가 더 필요해?) ★★★★★

DISAPPOINT_ 예루살렘을 기독교의 성지, 혹은 유대인의 도시 정도로만 인식하는 건 우리네 교육과 종교관의 크나큰 실수이자 세계적으로 왕따(!)를 당하기 딱 좋은 구실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기독교 성지순례자)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계 여행자들은 이 도시가 보여주는 복잡다난한 문명의 이합집산을 목격하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물론 어렵지 않게 이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눈에 봐도 아랍계 청년인데 킷파(유대교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작은 모자)를 쓰고 다니거나, 기독교의 성지로 알았던 곳에 이슬람교의 모스크가 씌워져 있다거나, 비아돌로로사(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하기 전 십자가를 지고 걸어 올랐던 고통의 길)라는 마냥 성스러운 길에 ‘이교도’들의 바자르(무슬림 국가들에서 봤던!)가 세워져 있고 심지어 예수가 묻혔다는 성 분묘 교회에 각기 다른, 이름조차 생소할 수 있는 여러 기독교 종파들이 하나의 교회 안에 저마다의 제단을 따로 만들어 놓고 있는 점, 숫제 이 교회의 문을 여닫는 관리는 이슬람교에서 맡고 있다는 점 등 말이다.

TIP_ 이 머리 복잡해지는 현실은 예루살렘의 오랜 역사와 종교사에
대한 지식 없이는 ‘절대 이해 불가’한 것들이다. 사전에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떠난 자만이 예루살렘의 진가를 확인하고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이 왜 그토록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여행지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