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킷드라마

[스킷드라마] 슬픈 자장가

예성 예준 아빠 2008. 5. 26. 16:45
나오는 사람들 : 사회자(의사), 현수, 현수 부, 현수 모, 경희, 경희 부, 경희 모, 목소리(방송기자, 학교선생)

(무대 중앙 왼쪽 의자에 경희가 앉아 있고, 그 뒤에 경희 부모가 의자에 앉아 있다.)
음악 : 오프닝
사회자 : 여러분은 지금부터 저희들이 만든 짧은 연극 한 편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연극 안에서 벌어지는 이 사건은 그저 단순한 연극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현실입니다. 저는 이 연극에서 신경정신과 의사 역을 맡고 있습니다.
(경희를 가리키며) 그리고 저기 앉아 있는 저 여학생은 제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입니다.
경 희 : (아기 인형을 안고 자장가를 부른다.) 잘자라 우리 아가 -
사회자 :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경희는 얼마전 자기 집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자기가 낳은 아기를 자기가 직접 죽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후로 경희는 심한 우울증과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현수를 가리키며) 한 남학생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현 수 : 저는 고3입니다. 이름은 장현수고요.
사회자 : 보시다시피 이 학생은 아주 성실한 모범생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학생이 경희와 성관계를 가졌던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이 학생을 통해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첫 만남은….
현 수 : 저희 교회였어요. 우리 교회 문학의 밤 행사에 경희가 왔었어요.
경 희 : (현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안녕하세요? 저, 주영이 친구예요.(웃는다.)
현 수 : 예. 그런데 왜 웃어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경 희 : 아니요. 아까 촌극할 때 생각이 나서요.(더 크게 웃는다.)
현 수 : 아, 예.(웃으며) 저 바보 역할 잘 하죠?
경 희 : 예. 전 진짜 바본줄 알았어요.
현 수 : 사실은 저 진짜 바보예요.
경 희 : (놀라서) 예?
현 수 : 바라볼수록 보고싶은 남자! (웃는다. 경희는 자기 자리로 간다.)
사회자 : 그 후로 두 사람은 무척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 희 : (무대 중앙으로 나와) 여기는 우리 집이야. 우리 집은 항상 비어 있어.
현 수 : (경희 옆에서) 아빠, 엄마는?
경 희 : 돈 버느라고 맨날 바쁘셔. 오빠, 우리 비디오 한 편 볼래?
현 수 : 같이 공부 하자며?
경 희 : 좀 쉬었다 해도 돼. 누가 모범생 아니랄까봐.이 영화 제목이 뭔지 알아?
현 수 : 어른들이 보는 비디오였어요.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자꾸 경희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회자 :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석 달 후 현수는 경희로부터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 수 : (다시 의자로 돌아와 앉아서) 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모든 걸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현수 모 : (현수에게 다가와) 너, 여자 친구 사귈 생각은 하지도 마. 대학만 가면 여자 몇을 사귀든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하여튼 올해는 공부만 해!
현수 부 : (현수에게 다가와) 현수야, 넌 우리집 기둥이야. 아빠, 엄마 실망시키면 안 돼. 알았어? 아빠가 널 위해서 매일 새벽마다 기도하고 있는 거 알지? 여보! 요즘 현수가 살이 빠졌어. 맛있는거 좀 해줘요.(부모 뒤로 퇴장)
경희 부 : (경희 옆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남자 친구라고? 그래 좋겠구나. 여보! 나 늦었어. 공항까지 차가 막힐테니 빨리 서둘러야 돼. 그런 얘기는 엄마 하고 해. 알았지? 아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출장이야. 나중에 얘기하자.
경 희 : 아빠!
경희 모 : (서두르며) 경희야. 밥은 해놨고, 반찬은 냉장고에 있으니까 학교 갔다와서 배고프면 먹어. 엄마, 오늘 늦는다. 여보! 같이 가요.(부모 퇴장)
사회자 :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현수는 가장 쉬운 방법을 결심했습니다.
현 수 : (경희 곁으로 가서) 경희야! 병원에 가서 수술하자.
경 희 : (놀라며) 나 무서워, 오빠.
현 수 : 그럼 아기를 낳을거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받아! 이거 돈이야. 이거 가지고 병원에 가. 알았어? (자기 자리로 간다.)
경 희 : (울며) 오빠! 무서워!
사회자 : 하지만 경희는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수에게는 병원에 갔었다고 거짓말을 했죠.
현 수 :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경희에게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그랬어요. 경희가 자꾸 아프다며 짜증을 내는 게 저한텐 힘들었어요. 공부도 해야하고.
사회자 : 결국 경희는 뱃속의 아기를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경 희 : (배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아!
사회자 : 경희의 머리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들은 경희를 두렵게 했습니다.
목소리 : (방송기자의 목소리)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자기 집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습니다.
목소리 : (학교 선생의 목소리) 이게 무슨 학교 망신입니까? 퇴학입니다. 무조건 퇴학!
경 희 : (더 고통스럽게) 아! 아!
경희 모 : 이것아, 이게 무슨 짓이냐? 너 이러라고 엄마, 아빠가 고생한 줄 알아?
경희 부 : 저런 년은 내쫓아 버려. 지 새끼 데리고 나가서 살라고 그래! 나가!
현 수 : 그러니까 내가 유산시키라고 했잖아. 몰라. 나도 이젠 몰라!
경 희 :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른다. 자기 치마 밑에 있는 인형을 발견하고)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 (인형의 목을 조른다.) 미워! 미워! (잠시 후 인형을 안으며)아기야! 아기야! 안 돼! 안돼!
현 수 : (울먹거리며) 경희는 저 때문에 저렇게 됐어요. 제 잘못이예요.
현수 모 : (목소리로만) 현수야, 공부 안 하고 무슨 생각해. 대학에 안 갈거야?
경희 부 : (자리에 서서)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애가 저게 뭐야?
경희 모 : (남편과 같이 서서) 그런 당신은 잘 한 게 뭐 있어? 이게 다 내 잘못이야?
현수 부 : 현수야.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다 들어줄테니까. 넌 공부만 하면 돼.
경 희 : (인형을 안고 자장가를 부른다.) 잘자라 우리 아가…
사회자 : 자, 이제 이 짧은 연극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경희가 부르는 저 슬픈 자장가는 지금도 우리 곁에서 계속 불려지고 있습니다.
경 희 :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른다.)
음악 :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