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엔 사하라… 귓가엔 지중해… 코끝엔 달콤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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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로마-이슬람 문화 공존하는 튀니지
튀니지는 ‘아프리카’라는 대륙명의 기원이 된 나라다. 기원전 1000년경 레바논에서 온 페니키아인들이 정착한 현재의 튀니지(카르타고)를 로마인은 ‘아프리카’라고 불렀다. 지중해로 뻗은 이탈리아 반도 옆 시칠리아 섬에서 150km가량 남쪽으로 내려오면 아프리카 대륙 북단의 작은 나라 튀니지를 만나게 된다.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쯤 되는 작은 나라 튀니지는 사하라 사막을 품은 남부와 남유럽의 풍광을 옮긴 듯한 동북부 해안지대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카르타고와 로마, 비잔틴과 이슬람 문명의 세례를 받았고, 19세기에는 프랑스의 보호령이 됐다. 공식 언어는 아랍어와 프랑스어.
지중해변을 따라 새하얀 건물이 끝없이 펼쳐진 튀니스가 이 나라의 수도다. 볕은 뜨겁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에선 금세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중심가 부르기바 거리에는 튀니스 사람들이 ‘샹젤리제 거리’로 부르는 노천카페 거리가 펼쳐진다. 전통음료 민트차를 시켜놓고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튀니스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파리의 여유를 옮겨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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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글래디에이터’ 콜로세움… ‘스타워즈’ 촬영지도
튀니지는 도시마다 ‘메디나’라고 불리는 구시가지가 있다. 메디나의 구석구석을 탐험해 보는 것은 튀니지 여행의 묘미다. 메디나에 있는 ‘수크’라는 이름의 전통상점에는 생필품부터 금은 세공품까지 없는게 없다. 물담배 맛에 심취해 장사는 뒷전인 동네 할아버지는 카메라 앞에서도 후덕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튀니스의 바도 박물관은 로마 지배 시기의 각종 유물을 모아 놓은 보물창고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두상부터 고대 그리스 신들의 석상과 화려한 모자이크 등을 만날 수 있다.
튀니스 외각지대인 카르타지에는 로마인이 세운 거대한 공공 목욕탕 터가 남아 있다. 로마인은 수로를 이용해 132km나 떨어진 산에서 물을 끌어와 목욕물을 데웠다. 카르타지 여기저기에는 이때 끌어온 물을 가뒀던 거대한 저수조가 아직도 남아 있다. 목욕탕 터에서 바라보는 지중해 풍경은 장관이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카르타지에 인접한 시디 부사이드도 필수 코스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옮겨 놓은 듯한 해안가 절벽을 따라 흰색과 하늘색으로 칠한 집이 들어찬 이곳에선 어느 골목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지중해 바다가 들어온다.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지드가 집필 활동을 했다는 곳이다. 멀리 튀니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카페에선 바람을 핑계로 붙어 앉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인다.
튀니스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반을 달리면 도착하는 케로완에선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마호메트의 친구 ‘사하비’가 묻힌 사원이 있는 케로완은 무슬림들에게 메카와 메디나, 예루살렘에 이어 4번째로 중요한 성지다. 케로완의 특산물인 캐시미어 카펫에도 이슬람 4대 성지를 상징하는 십자무늬가 새겨져 있다. 예전엔 무슬림이 일생 동안 케로완을 7번 순례하면 메카를 1번 순례한 것과 같다고 인정해 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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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남부 내륙으로 이동해 사하라 사막을 맛볼 차례다. 엘젬 남쪽 마트마타에는 사막의 열기를 피하기 위해 땅굴 속에서 사는 베르베르족의 거주지가 있다. 동굴집 입구에는 물고기와 손바닥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다산(多産)과 행운을 비는 의미를 지닌다. 1년에 비가 100mm도 안 내리는 건조지대의 가혹한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마트마타에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유년기를 보낸 집의 촬영지로 쓰인 호텔이 남아 있어서 영화 마니아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 튀니지에서 배우는, 사막 건너는 법
휴대전화마저 통하지 않는 황량한 사막을 차량으로 횡단하다 보면 마주 오는 운전자들이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옛날 묵묵히 사막을 건너던 캐러밴이 동행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 이와 같을까.
사막의 모래가 오아시스로 넘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세운 야자수 울타리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사하라의 관문’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 두즈에 가까워진다는 신호다. 중심가에 낙타를 탄 베르베르족 전사상이 세워져 있는 두즈는 매년 12월 낙타경주를 구경할 수 있는 ‘국제 사하라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다. 이곳에선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소매가 긴 전통 아랍 복장을 한 채 낙타를 타고 사막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두즈에서 서쪽으로 130km 떨어진 토제르 향하는 도로 양옆으로는 500km² 넓이의 사막 위로 소금호수가 지평선 끝까지 계속된다. 이 소금 호수에선 지면의 소금기가 태양빛을 반사해 종종 신기루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철 성분을 많이 함유한 이곳 소금은 붉은 빛깔이 도는 것이 특징인데 호수 곳곳에는 이 소금으로 식용 소금을 만드는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건축연대가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토제르 메디나에선 검은색 전통의상인 ‘말리야’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인형과 유품으로 튀니지인의 전통생활상을 재현한 달 샤라이트 박물관은 스페인 국왕과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방문했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알제리 국경이 지척인 토제르 인근의 체비카는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촬영 지역으로 유명하다. 우기 때 발생한 홍수로 파괴된 마을 뒤편으로 험준한 협곡이 요동을 친다. 미데스 마을에서 만나는 거대한 협곡은 사막 여행은 단조로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기분 좋게 깨 준다.
○ 지중해변에서 맛보는 달콤한 휴식
건조한 사막 횡단에 몸과 마음이 지칠 즈음이면 튀니스에서 잠시 만났던 짭조름한 지중해 바람이 그리워진다. 이제 진로를 북북서로 돌려 튀니지 동부 해안지대로 향한다. 튀니지 제2, 제3의 도시 스팍스와 수스가 모두 이 지역에 있다.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인 스팍스와 수스의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지나는 이들의 옷차림에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해변을 따라 끝없이 늘어선 호텔에는 휴가를 온 유럽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파라솔 그늘 아래 누워 느긋이 광합성을 하며 책을 읽고 있노라면 세상에 부러울 이가 없다. 수스 인근의 엘 칸타우이 항구에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국기를 단 요트들이 빼곡하다. 지중해를 종단해 아프리카에 닿은 유럽 관광객들의 요트다.
수스에서 튀니스로 향하는 여로에 있는 휴양도시 하마마트의 해변에는 바다에서 오징어를 손질하는 어부의 일손이 분주하다. 초등학생 또래의 어부의 딸은 맨발로 백사장과 파도 사이를 지칠 줄 모르고 뛰어논다.
튀니지는 직항편이 없어 두바이나 파리에서 환승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환승 시간을 포함해 꼬박 24시간이 걸리는 고된 여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여행사는 튀니지 여행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드물다. 최근 튀니지 정부와 주한 튀니지 대사관이 아시아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관련 상품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사진 튀니지=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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