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면 1년이 바쁘다. 대보름이라고 부럼 깨고 나니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먹고 나니 이젠 또 삼겹살 데이(3월 3일)란다. 상술이니 뭐니 해도 어쨌든 이참에 골고루, 잘 챙겨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국민고기’삼겹살, 어떻게 먹든 맛있기만 하면 되겠지만 어디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주목하자. 잘 고른 맛집 하나 열 번 외식 안 부럽다는 사실!
Part 1 구이파
장작불에 직접 구워 먹는 '털보셀프바베큐'
이글이글 타오르는 장작에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 풍기며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 "삼겹살은 뭐니뭐니해도 직화구이가 최고"라고 목소리 높이시는 분들은 주목하시라. 이 집은 장작불에 3단계로 익힌 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셀프'라 입 안에 고기 한 점 넣기까지 몸이 다소 고달프다(셀프가 귀찮다면 고깃값에 5000원을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골은 돈도 돈이지만 직접 굽는 재미에 빠져 '셀프'를 자청하는 분위기다. '털보 셀프' 방식은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쇠꼬챙이에 덩어리째 꽂혀 냉장실에 다소곳이 진열된 고기(돼지갈비, 흙돼지삼겹살, 삼겹살, 닭날개, 오리 등)를 고른 다음 바깥으로 나가면 화력 좋은 장작 화로가 기다린다. 생고기는 맨 아래층인 1단계에 걸쳐놓고 어느 정도 익으면 그 위층인 2단계에, 노릇노릇해지면 제일 위층으로 올리는 식.
직원이 대기해 장작을 수시로 넣어주고, 고기의 익는 정도에 따라 쇠꼬챙이 자리를 교체해주긴 하지만 일행 중 한 명은 장작 화로 옆에서 꼼짝없이 고기를 사수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초벌구이를 거친 고기는 상으로 가져와 재벌구이해 먹으면 된다. 초벌 직화구이로 기름기를 뺀 삼겹살은 적당히 기름져 목 넘김이 부드럽다. 여기에 김치와 두부 듬뿍 넣고 끓인 김치찌개(5000원)는 추가 메뉴로 인기. 잔치국수(3000원)도 스테디셀러다. 미역국에서부터 상추와 깻잎, 고추, 김치, 장아찌, 쌈장에 파무침은 물론 주류나 음료수, 물 심지어 공깃밥(1000원)까지 기본 상차림도 '셀프'다. 대신 남기지만 않는다면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부지런히 가져다 먹는 사람들이 많아 식당 분위기는 그저 시끌시끌한 풍경. "서울에서 출발하면 팔당을 끼고 드라이브까지 할 수 있어 삼겹살 생각나는 주말이면 일부러 찾아와서 먹는다"는 게 단골 박은성(34·노원구 공릉동)씨의 설명. 직원은 "인근에 앵자봉(경기도 광주)이나 스파그린랜드, 천진암 등이 있어 아예 코스를 짜서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얘기한다. 셀프의 경우 2인 기준 삼겹살(네덜란드산) 1만5000원, 등갈비 2만원, 돼지갈비 2만원. 셀프가 아닐 경우 5000원씩 추가되며 인터넷(selfbbq.co.kr)으로 예약하면 5% 추가 할인해준다. 영업시간 정오~오후 11시(연중무휴). 경기도 광주 퇴촌면 도수리 122-8번지. 문의 (031)765-8395
찜질 가마 참숯으로 삼겹살구이까지 '화사랑'
지금 40~60대, '소싯적 낭만 좀 있었다'는 사람이라면 일산 '화사랑'은 전혀 새로운 곳이 아니다. 일산 애니골에 있는 화사랑 카페는 1979년에 생겨 올해로 꼬박 30년을 채운, 오래된 카페다. 화가 김원갑씨가 주인이다. "옛날에 신촌에서 기차 타고 와 백마역에서 데이트를 즐긴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라는 게 이 집 안주인 박상미(50)씨의 설명. 지금은 사세를 확장해 카페뿐 아니라 24시 참숯 가마(찜질방), 식당까지 갖췄다.
삼겹살은 '구이마당'이라고 쓰여 있는 식당 겸 매점에서 맛볼 수 있다. 참숯 가마와 이어져 있어 전통 재래방식의 참숯 가마 구경은 덤으로 할 수 있다. 식당 내엔 수건을 뒤집어쓴 찜질복 차림의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참숯 가마를 이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삼겹살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이 집에선 국산 참나무 장작을 3일간 태워 만든 참숯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다. '참숯 가마' 하면 '3초 삽 삼겹살'(삽에 구워낸 삼겹살)이 유명한데 이 집에선 삽 삼겹살은 판매하지 않는다. 이유는 "삽 삼겹살은 바짝 익어 고소하긴 하지만 너무 익어버려 육즙의 맛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대신 참숯 위에 불판을 올려놓고 간접 열로 고기를 굽는다. 숯은 참숯 가마에서 나온 참숯만을 이용한다. 식사하던 단골들은 "좋은 숯으로 구워 고기 맛이 더 좋다"고 입을 맞춘 듯 얘기한다. 안주인 박씨는 "삼겹살(9000원)은 축협에서 파는 국내산 생고기만을 상에 올린다"고 덧붙인다.
화력 좋은 참숯에서 연기 폴폴 풍기며 익은 삼겹살은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쫄깃하다 못해 탱탱하다. 씹을 때마다 육즙도 촉촉이 배어 나온다. 고기 맛을 제대로 느껴보라는 뜻에서 기름장은 아예 주지 않는다. 파래무침, 장아찌 등 전라도 여수 출신 주방 아주머니가 만드는 밑반찬도 먹을 만하다. 자체 개발했다는 묵잡채(1만5000원)는 '사이드 메뉴'로 인기 많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참숯 가마는 24시간 운영).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667-2. 문의 (031)908-9294 www.whasarang.net
돌솥밥에 삼겹살 무한 리필 '솔향기 있는 곳'
이번 삼겹살데이에 삼겹살을 원없이 먹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눈여겨볼 것. 삼겹살정식(1인 1만1000원)을 주문하면 뜨끈뜨끈한 돌솥밥과 함께 삼겹살이 무제한 제공되는 곳이 있다. 바로 '솔향기 있는 곳'이 그곳이다. 냄새 맡으며 직접 뒤집어 가며 구워 먹어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없다. 식당 한쪽에서 주인 강우형(66)씨가 열심히 구워주는 삼겹살이 불판 위 고기가 떨어지기 전에 '알아서 리필'된다. "원래 단체 손님 위주로 운영하던 식당이었다가 일반 식당으로 문 연 지 2년 반 됐지만 입소문을 듣고 강남, 수원, 일산 등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안주인 허명회(65)씨의 설명. 삼겹살 고기는 '오스트리아산'이라고 정직하게 밝혀놨다. 상추쌈에 밑반찬도 8~9가지로 깔끔하고 실속 있게 나온다.
된장찌개도 '제법' 먹을 만하다. 한 손님은 "고기 실컷 먹다 보니 정작 돌솥영양밥은 절반도 못 먹었다"고 푸념하면서도 돌솥에 따뜻한 물 부어 숭늉까지 다 긁어 먹고 나가는 모습. 허씨는 "날씨 좋은 날엔 식당 안보다 야외 테이블이 인기"라고 얘기한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그냥 가기 아쉽다면 옥상 휴식 공간에 올라가 보자. 신갈저수지를 구경하며 차 한잔 마시기 좋다. 하지만 인테리어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원래 낚시 도매업을 하던 주인이 직원들의 기숙사로 쓰던 2층을 식당으로 개조했기 때문에 다소 '콘셉트가 불분명하다'. "그래도 편하게 삼겹살 먹기엔 좋다"는 게 단골들의 얘기다. 찾아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산속에 숨어 있는데 주인 허씨의 설명을 그대로 빌리자면 "한국민속촌 옆 기흥장례식장 정문 앞에서부터 산속 방향으로 200m쯤 들어오면 대한항공연수원과 CJ 물류센터가 나오는데 그 부근에 있다"고.
단체손님이 많으니 방문 전 예약 필수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명절 당일 휴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87번지. 문의 (031)282-6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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