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목포 '초원음식점'

예성 예준 아빠 2009. 1. 5. 10:27

목포 '초원음식점'

한만임 사장 찜 비법 3선
1. 씨알 굵은 갈치 골라

2. 무는 미리 삶아 내고

3. 무 삶은 물은 육수로

◇싱싱한 먹갈치를 들어보이는 주인 한만임씨 ◇노릇노릇 구워진 먹갈치 구이

갈치는 우리가 먹는 생선 중 누구나 좋아하는 최고의 인기 어종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것을 토막 내 기름기 자글자글하게 굽거나 얼큰하게 조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가을이 한껏 무르익은 이즈음이 손가락 세 마디 이상의 씨알 굵은 것들이 잡혀 올라와 제 맛을 보기에 그만이다.

 

 우리가 먹는 갈치는 대체로 은갈치와 먹갈치로 나뉜다. 은갈치는 주로 제주해역에서 잡히는데, 은빛비늘이 매끄럽다. 반면 먹갈치는 본래 검은빛을 띠지만 먼 바다에서 그물로 잡는 통에 비늘이 벗겨져 더 거무튀튀한 모습이다. 대신 씨알이 굵고 살에 지방이 풍부해 부드럽고도 고소한 맛을 낸다. 때문에 미식가들은 제주 은갈치를 명품으로, 목포먹갈치를 최고의 별미거리로 꼽는다.

 

 목포는 먹갈치의 본고장답게 전문요리집이 많다. 그중 대의동 초원음식점이 토박이들 사이 유명 맛집으로 통한다. 이 집은 고구마줄기를 넣어 얼큰하게 조려낸 찜이 특미다. 22년째 갈치를 지지고 구우며 전문점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재미난 것은 이 집 주인 한만임씨(57)가 부산 태생의 경상도 아줌마라는 점. '음식은 본래 전라도'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자갈치 아지매가 호남의 상징, 목포에서 전라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셈이다. 특히 이 집은 목포 유지들부터 유명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찾는 층이 다양하다. 그중에는 손맛을 알게 된 전국구 주먹들마저 단골이 될 만큼 맛에 있어서는 알아주는 곳이다.

 

 "저로서는 너무 고맙지예. 맛있게 먹어주고 '먹갈치찜으로는 아줌마가 참피온!'이라며 칭찬도 해주고 하는데…" 목포에서 먹갈치찜으로 최고를 자부한다는 이 집의 음식 맛은 어떨까?

 

 우선 이 집은 식재료를 목포 주변에서 구해오는 신토불이의 전형이다. 먹갈치는 이른 아침 수협 어판장에 나가 목포해역에서 갓 잡아 온 씨알 굵은 것들로 챙긴다. 또 조림에 들어가는 무는 인근 해남 등 황토 들녘에서 캐낸 조선무를 쓴다. 또 이 집 조림의 특징인 고구마줄기 또한 함평, 해남 등지에서 가져온다. 이름난 맛집이라고 해서 유별난 조리법은 없다. 한만임씨는 "고향의 손맛 덕 좀 보고 있다"며 수줍게 웃는다. 본래 부산 사람들이 생선찜과 조림을 곧잘 해먹다보니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어머니의 손맛을 배워뒀던 게 먹고 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콤한 양념이 일품인 먹갈치찜 ◇푸짐한 먹갈치찜 상차림

 한씨의 먹갈치 찜에는 그닥 잡다한 것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육수 또한 부러 따로 만들거나 하지도 않는다.

 "싱싱한 먹갈치 하꼬 불 조절 하는 기 조리법의 전부지예."

 

 하지만 이 집의 갈치찜은 보통 가정에서 하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작아 보이는 차이지만 그게 오랜 세월 터득된 손맛이고 결국 맛에 큰 차이를 주는 비법에 다름 없는 것들이다. 한씨는 우선 큼직하게 토막 낸 무를 미리 삶는다. 이는 무를 익히기 위해 갈치를 너무 오래 졸이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너무 오래 졸이다 보면 특유의 맛난 육수가 다 달아나기 때문이다. 특히 무 삶아낸 물을 육수처럼 섞어주면 비린내를 잡는데에는 생강 이상의 효과를 낸다.

 

 우선 먹갈치를 잘 손질해 토막을 낸다. 냄비에 불린 고구마순을 적당히 깔고 삶은 무를 넣는다. 토막 낸 갈치를 넣고 양념장을 고루 끼얹는다. 이때 양념장은 마른고추를 조선간장에 불려, 마늘 등을 넣고 다져낸 것이다. 여기에 간장, 생강, 대파, 양파 등을 썰어 넣고 불을 붙인다. 처음엔 세게, 한소끔 끓으면 낮춰서 은근하게 끓인다.

 

 다시 갈치와 야채에서 고유의 물이 우러나면 센 불로 한 번 더 조려 준다. 이때 갈치에서 우러난 육즙, 무 국물, 다진 양념 등이 골고루 생선에 스며들도록 숟가락으로 자주 섞어 줘야 한다. 전체 조리 과정은 15분 남짓.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은빛 비늘이 둥둥 떠 있는 국물이 얼핏 깔끔해 보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 또한 얼큰하고도 갈치 특유의 맛을 내는데 필수 요소가 된다.

 

 "호박잎으로 흰 비늘을 싹싹 밀 필요가 없심미더. 국물에 허연 비늘도 좀 뜨고 해야 맛이 나그등예."

 부드럽게 으깨지는 살을 국물과 곁들여 먹는 맛 또한 고소하다. 제주 은갈치가 육질에 탄력이 있다면 목포 먹갈치는 더 부드럽고 고소한 편이다. 살 속에 지방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로는 갈치구이가 꼽힌다. 두툼한 먹갈치를 토막 내 굵은 소금을 흩뿌려 고소한 기름기가 새 나올 정도로 그릴에 바싹 구워내는 게 특미다.

 

 갈치찜-구이(각 1만1000원ㆍ 1인 기준)과 함께 따라나오는 밑반찬도 푸짐하다. 파김치, 묵은지, 어리굴젓, 갈치젓, 장조림, 꽃게장, 호박볶음, 양송이볶음, 미역무침, 장아찌, 무채볶음, 동그랑땡 등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저마다 깊은 맛이 있다. 이밖에도 꽃게무침 덮밥, 조기매운탕-구이, 서대매운탕-찜, 병어찜(각 1만1000원), 준치회덮밥(1만원) 등도 잘 나가는 메뉴로 꼽힌다.

 

 먹갈치 요리의 달인 한만임씨는 스물다섯 되던 해 외항선을 타던 남편(민은기씨ㆍ62)을 따라 목포에 정착했다. 수시로 배를 타러 떠나는 남편을 기다리며 생계를 위해 스낵코너를 운영하다가 22년 전부터 본격 갈치전문점을 시작했다.

 

 "처음 목포 발 디디고 경상도 사람이락 해도 텃세는 없드라꼬예. 오히려 '부산 촌사람이 목포 와서 출세했다'며 손님들이 더 찾아주고 격려를 해 준기 고맙지예."

 

 초원음식점은 유명 가수, 배우 등 연예인들도 수시로 찾는 집이다. 하지만 한씨 부부는 그 흔한 사인 물 하나 벽에 걸어 두지 않았다. 포장하고 꾸며 댈 줄 모르는 순수함, 이 또한 단골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초원음식점의 비결쯤으로 느껴졌다.

 

☞그밖의 토박이 추천맛집
 
 ▶보길도전복마을=전복갈치찜(5만5000원), 전복해물탕(4만5000원), 각 4인 기준. (061)282-2852

 ▶장터=꽃게탕(2만원, 식사미포함, 공기밥 1000원 별도), 꽃게무침(1만8000원), 각 2인 기준. (061)244-8880

 ▶인동주마을=홍어삼합, 게장(4인 3만원, 식사포함) (061)284-4068

 ▶선경횟집=준치회무침(1인 8000원, 식사포함) (061)242-5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