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가게 마틴 원작: 톨스토이 각색: 김흥영 등장인물 : 마틴, 목사님, 청소부, 거지아줌마, 할머니, 아이, 예수님(목소리) 막이 열리면 성탄 캐럴이 들리고 마틴이 난로 앞에서 의자에 앉아 구두를 깁고 있다. 마 틴 : 쳇! 또 성탄절이로구만. 도대체 요맘때만 되면 왜들 저렇게 난리 법석이야? 좀 조용히 지내면 누가 잡아먹나? 정말 시끄럽구만 (이때 목사님이 들어온다) 목사님 : 마틴 형제님. 집에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마 틴 : (앉은 채로 고개만 끄덕이며) 목사님께서 웬일이십니까? 죄송합니다. 목사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저는 교회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힘들게 자꾸 오시지 마세요, 목사님. 목사님 : 마틴 형제님. 하나님께서 마틴 형제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교회를 빠지십니까? 이번 성탄절에는 꼭 교회를 나갑시다. 마 틴 : 네?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고요? (일어서서) 목사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보세요. 하나님이 절 사랑하신다면 왜 저에게 자식들을 하나도 안 주셨지요? 그리고 하나님이 절 사랑하신다면 왜 저의 사랑하는 아내를 죽게 내버려두었지요? (좌우를 가리키며) 이게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목사님. 목사님, 한 번 대답해 보세요. 목사님 : 마틴 형제님, 세상에는 마틴 형제보다 더 불쌍한 환경 속에서도 주님께 감사하고 찬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틴 형제님, 하나님을 원망 마시고 한 번 주님을 위해 살아보세요. 그러면 마틴 형제도 주님의 깊은 뜻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 틴 : 주님을 위해 살라고요? 아니 그분이 날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이 있다고 내가 그분을 위해 삽니까? 난 그럴 생각이 없어요. 목사님 : 오늘밤엔 교회에서 뵙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마틴 형제님. 마 틴 : 안녕히 가십시오, 목사님. (의자에 앉으며) 그런데 주님을 위해 살라고? 그런데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휴, 피곤하다. 잠깐 잠이나 자야지 (책상에 머리를 대고 잠든다) 예수님 : (목소리만) 마틴 마틴! 마 틴 : (고개를 들며) 앗! 예수님! 예수님 : 오늘 내가 너의 집에 찾아가려고 한다. 마 틴 : 네? 예수님이 저의 집에 오신다고요? 예수님 : 그렇다. 마 틴 : 아니 누추한데…… 예수님 : 오늘 내가 꼭 너의 집에 찾아가겠다. 마 틴 : 정말이십니까? 예수님! 예수님 : 그렇다. 마 틴 : (다시 고개를 책상에 댔다가 들면서) 앗! 이상한 꿈이었다. 예수님이 우리 집에 오신다고? 이거 안 되겠다. 뭔가 준비를 해야지 (들어갔다 나온다. 사과와 과자, 빵 그리고 주전자를 들고 나온다. 주전자를 난로 위에 올려놓는다) 자, 이 정도면 됐겠지? 예수님께 차를 대접하고 빵과 과자를 드린 후 사과를 깎아 드린다면 괜찮은 대접이 되겠지? (밖을 쳐다본다) 언제나 오시려나? 아니! 저 사람은 누구지? 청소부 아냐?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걸? 불쌍하구먼. (얼른 나가 청소부를 데리고 들어온다) 여보게, 잠깐 우리 가게에 들어와 몸을 녹이고 가게. 청소부 : 참말로 고맙구만이라우. 오늘은 날씨가 찡하게 추워 부렀당께. 참말로 얼어 죽겠어라. 마 틴 : 여기 뜨거운 차나 한 잔 하게. 그래 먹고살기는 괜찮나? 청소부 : 참말로 뼈가 빠져부린당께요. 자식새끼들은 일곱이나 낳아 부러서 먹여 살리기 힘들구만요. 여시같은 마누라는 맨날 돈벌어 오라고 바가지만 팍팍 긁지라.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지라. 정말로 날더라 도둑질 해오라는 건지 정말로 죽겠어라. 마 틴 : 여보게. 그런 소리 말게. 그래도 자넨 행복해. 나 좀 보게. 자식이 있나 마누라가 있나. 그래도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거여. 청소부 : 아 참말로 그래고라. 할아버지 말씀 듣고 보니 그렇구만요잉. 아무튼 차 한 잔 하니깐 추위가 싹 사라져 부렸네요잉. 아 참말로 고마웠어라. 할아버지 그럼 안녕히 계시요잉(퇴장) 마 틴 : 잘 가게. 언제든 추우면 들어와 차 한 잔씩 들고 가게. (자리에 앉으며) 이거 좋은 일을 했더니 기분이 꽤 좋은데? 내가 왜 진작 동네 사람들 생각을 못했지? 그건 그렇고 예수님은 언제 오시는 건가? (밖을 내다보다가) 엉? 저 아줌마는 누구지? 거지로구만! 어이구 저런 아기가 감기가 걸렸나보구만. (얼른 나가 아기 엄마를 데리고 들어온다) 아주머니 추운데 들어와 쉬었다 가세요. 아니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아줌마 : (콜록콜록 거리며) 죄송해유. (기침) 남편이 폐병에 걸려 죽고 나서 저도 병에 걸리게 되었어유. 약 사 먹을 돈은 없고 당장 먹어야 살겠는데 워째유. 그래서 이렇게 구걸을 다니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길이 없구먼유. 그래 챙피를 무릅쓰고 나왔지유. 마 틴 : 용기를 내세요, 아주머니. 하나님을 잘 믿으시면 하나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아기라도 건강해야 할텐데. 자, 이 빵과 과자를 드세요. (빵이 든 접시를 내민다) 자, 따뜻한 차도 한 잔 잡숫고 아줌마 : (빵을 먹으며) 고마워유, 아저씨. 하나님의 축복이 넘치실 거예유 마 틴 : 그리고 이건 얼마 안되는 건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보태 쓰세요. 아줌마 : (눈물을 닦으며) 정말 고마워유.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아야 할른지유. 마 틴 :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주님께 감사하세요. 아줌마 : 저, 그럼 가보겠어유. 안녕히 계세유. 마 틴 : 네! 자주 들르세요. 제가 늘 빵을 남겨놓겠습니다. (아주머니 퇴장한다) 정말 마음이 기쁘구나.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내가 왜 진작 불행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못했지? 그런데 예수님은 도대체 언제 오시는 걸까? (밖을 내다본다) 어? 어? 저 할머니는 왜 저렇게 어린애를 때리지? (달려가 할머니와 어린애를 데리고 온다. 할머니는 광주리를 들고 있다.) 할머니 : 요녀석 요녀석 (마구 때린다) 아 이 : (울면서) 할머니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마 틴 : 아니 할머니, 애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렇게 심하게 때리시나요? 할머니 : (호들갑스럽게) 아니 이 녀석이 글쎄 내 광주리에서 사과를 슬쩍 빼내려고 하질 않겠어요? 아 글쎄 이런 놈은 경찰서에 끌고 가야 한다니까요. 요놈시키! (때린다) 조그만게 벌써 도둑질이야? 아 이 : 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이젠 안 그럴께요. 마 틴 : 할머니, 제가 야단을 쳐서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할테니 집에 들어가세요. 할머니 : 선생께서 정 그렇게 하신다면 내가 이번만 참겠시다. (아이를 보며) 너 조심해!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 아 이 : 네네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 퇴장한다. 아이는 계속 울고 있다) 마 틴 : 얘얘, 울지마. 어쩌다가 사과를 훔치게 됐니? 아 이 : 전 1년이 넘도록 사과를 먹지 못했어요. 우리 집은 가난해서 밥도 간신히 먹는단 말예요. 그런데 사과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흑흑거린다) 마 틴 : 그래, 이 아저씨도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단다. 이 아저씨도 가난했어. 아저씨는 3년 동안 사과를 먹어보질 못한 일도 있었지. 아 이 : 3년 동안이나요? 마 틴 : 그래. 그러나 크게 되면 많이 먹게 되는 거야. 자 봐라. (사과를 가지고 온다) 난 매일 사과를 먹는 걸? 그런데 오늘은 너에게 주마. 사과를 먹고 가렴. 아 이 : 아저씨. 이 사과…가지고 가면 안 돼요? 마 틴 : 왜? 아 이 : 제겐 여동생이 두 명 있어요. 걔들도 사과를 먹고 싶다고 했어요. 어제 밤엔 사과를 먹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기도를 드렸어요. 사실은 오늘 제가 사과를 훔친 것도 동생들 때문이었어요. 마 틴 : (아이를 품에 안으며) 네 이름이 뭐지? 아 이 : 세르게이에요. 마 틴 : 언제든지 사과가 먹고 싶으면 우리 집에 오너라, 세르게이. 아 이 : 정말이예요? 우리 동생들하고 와도 돼요? 마 틴 : 그래. 자, 이 사과 다 가지고 가렴. 아 이 : 아저씨, 아저씨 잡수실 거 아니예요? 마 틴 : 난 실컷 먹었어. 그리고 창고에 많이 있단다. 아 이 : 아저씨 성함은요? 마 틴 : 마틴이라고 불러. 아 이 : 마틴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퇴장한다) 마 틴 : 오, 하나님 (두 손을 모으고) 세상엔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그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 나도 이제 남을 위해 살아야지. 그건 그렇고 밤이 늦은 것 같은데 예수님은 끝내 오시지 않는구만. 아무래도 내가 개꿈을 꾼 것 같아. 아이구 졸려. 잠이나 잘까? (책상에 고개를 대고 잔다) 예수님의 음성이 들린다. 예수님 : (목소리만) 마틴! 마틴! 마 틴 : (고개를 들며) 예수님!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예수님을 기다렸는데 왜 우리 집에 오시지 않으셨나요? 예수님 : 나는 세 번이나 너의 집에 찾아갔었다. 첫 번째는 청소부가 되어 찾아가 따끈따끈한 차를 대접받았지. 두 번째는 불쌍한 거지 아줌마의 모습으로 찾아가 굶주린 배를 채웠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가난한 집 어린이의 모습으로 찾아가 사과를 많이 먹고 왔단다. 마 틴 : 그렇다면, 아까 그 사람들이 바로 예수님? 예수님 : 그렇다. 여기 내 형제들 중에 지극히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한 선행이 바로 나에게 하는 선행이니라. 마 틴 : 감사합니다. 예수님, 저는 예수님을 잊고 살아왔지만 예수님은 저를 잊지 않으셨군요. 이제부터 교회도 잘 다니고 하나님의 일을 하며 남은 여생을 살겠습니다! 참 오늘밤 성탄 예배에 참석해야지. 목사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목사님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성경책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성탄 캐럴이 울려퍼진다. 막이 내린다 |
'꽁트·성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효과음 모음 (0) | 2008.12.18 |
---|---|
내가 드릴 것은. (0) | 2008.12.06 |
[성탄절 꽁트] 대장금 버전, 즐거운 성탄절 (0) | 2008.12.06 |
[성극대본] 서로 사랑하면 -신보경 극본 (0) | 2008.12.06 |
[인형극] 투덜이 말구유의 거듭나기 (0) | 2008.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