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성극

구둣가게 마틴

예성 예준 아빠 2008. 12. 6. 08:58
구둣가게 마틴

                                                                원작: 톨스토이
                                                                각색: 김흥영  


등장인물 : 마틴, 목사님, 청소부, 거지아줌마, 할머니, 아이, 예수님(목소리)




막이 열리면 성탄 캐럴이 들리고 마틴이 난로 앞에서 의자에 앉아 구두를 깁고 있다.


마  틴 : 쳇! 또 성탄절이로구만.  도대체 요맘때만 되면 왜들 저렇게 난리 법석이야?
        좀 조용히 지내면 누가 잡아먹나?  정말 시끄럽구만 (이때 목사님이 들어온다)
목사님 : 마틴 형제님.  집에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마  틴 : (앉은 채로 고개만 끄덕이며) 목사님께서 웬일이십니까?
        죄송합니다.  목사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저는 교회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힘들게 자꾸 오시지 마세요, 목사님.
목사님 : 마틴 형제님.
        하나님께서 마틴 형제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교회를 빠지십니까?
        이번 성탄절에는 꼭 교회를 나갑시다.
마  틴 : 네?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고요? (일어서서) 목사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보세요.  하나님이 절 사랑하신다면 왜 저에게 자식들을 하나도 안
        주셨지요?  그리고 하나님이 절 사랑하신다면 왜 저의 사랑하는 아내를 죽게 내버려두었지요?
        (좌우를 가리키며) 이게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목사님.  
        목사님, 한 번 대답해 보세요.
목사님 : 마틴 형제님,
        세상에는 마틴 형제보다 더 불쌍한 환경 속에서도 주님께 감사하고 찬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틴 형제님, 하나님을 원망 마시고 한 번 주님을 위해 살아보세요.  그러면 마틴 형제도 주님의
        깊은 뜻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  틴 : 주님을 위해 살라고요?  
        아니 그분이 날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이 있다고 내가 그분을 위해 삽니까?
        난 그럴 생각이 없어요.
목사님 : 오늘밤엔 교회에서 뵙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마틴 형제님.
마  틴 : 안녕히 가십시오, 목사님.  (의자에 앉으며) 그런데 주님을 위해 살라고?
        그런데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휴, 피곤하다.  
        잠깐 잠이나 자야지 (책상에 머리를 대고 잠든다)
예수님 : (목소리만) 마틴 마틴!
마  틴 : (고개를 들며) 앗! 예수님!
예수님 : 오늘 내가 너의 집에 찾아가려고 한다.
마  틴 : 네? 예수님이 저의 집에 오신다고요?
예수님 : 그렇다.
마  틴 : 아니 누추한데……
예수님 : 오늘 내가 꼭 너의 집에 찾아가겠다.
마  틴 : 정말이십니까? 예수님!
예수님 : 그렇다.
마  틴 : (다시 고개를 책상에 댔다가 들면서) 앗! 이상한 꿈이었다.  예수님이 우리 집에 오신다고?
        이거 안 되겠다.  뭔가 준비를 해야지 (들어갔다 나온다.  사과와 과자, 빵 그리고 주전자를 들고
        나온다.  주전자를 난로 위에 올려놓는다) 자, 이 정도면 됐겠지?
        예수님께 차를 대접하고 빵과 과자를 드린 후 사과를 깎아 드린다면 괜찮은 대접이 되겠지?
        (밖을 쳐다본다) 언제나 오시려나? 아니! 저 사람은 누구지? 청소부 아냐?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걸? 불쌍하구먼.  (얼른 나가 청소부를 데리고 들어온다)
        여보게, 잠깐 우리 가게에 들어와 몸을 녹이고 가게.
청소부 : 참말로 고맙구만이라우.  오늘은 날씨가 찡하게 추워 부렀당께.  참말로 얼어 죽겠어라.
마  틴 : 여기 뜨거운 차나 한 잔 하게.  그래 먹고살기는 괜찮나?
청소부 : 참말로 뼈가 빠져부린당께요.  자식새끼들은 일곱이나 낳아 부러서 먹여 살리기 힘들구만요.
        여시같은 마누라는 맨날 돈벌어 오라고 바가지만 팍팍 긁지라.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지라.
        정말로 날더라 도둑질 해오라는 건지 정말로 죽겠어라.
마  틴 : 여보게.  그런 소리 말게.  그래도 자넨 행복해.  나 좀 보게.  자식이 있나 마누라가 있나.
        그래도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거여.
청소부 : 아 참말로 그래고라.  할아버지 말씀 듣고 보니 그렇구만요잉.  아무튼 차 한 잔 하니깐 추위가
        싹 사라져 부렸네요잉. 아 참말로 고마웠어라.  할아버지 그럼 안녕히 계시요잉(퇴장)
마  틴 : 잘 가게.  언제든 추우면 들어와 차 한 잔씩 들고 가게.  (자리에 앉으며) 이거 좋은 일을 했더니
        기분이 꽤 좋은데?  내가 왜 진작 동네 사람들 생각을 못했지?  
        그건 그렇고 예수님은 언제 오시는 건가? (밖을 내다보다가) 엉? 저 아줌마는 누구지?
        거지로구만!  어이구 저런 아기가 감기가 걸렸나보구만. (얼른 나가 아기 엄마를 데리고 들어온다)
        아주머니 추운데 들어와 쉬었다 가세요.  아니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아줌마 : (콜록콜록 거리며) 죄송해유.  (기침) 남편이 폐병에 걸려 죽고 나서 저도 병에 걸리게 되었어유.
        약 사 먹을 돈은 없고 당장 먹어야 살겠는데 워째유.  그래서 이렇게 구걸을 다니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길이 없구먼유.  그래 챙피를 무릅쓰고 나왔지유.
마  틴 : 용기를 내세요, 아주머니.  하나님을 잘 믿으시면 하나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아기라도 건강해야 할텐데.  자, 이 빵과 과자를 드세요.  (빵이 든 접시를 내민다)
        자, 따뜻한 차도 한 잔 잡숫고
아줌마 : (빵을 먹으며) 고마워유, 아저씨.  하나님의 축복이 넘치실 거예유
마  틴 : 그리고 이건 얼마 안되는 건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보태 쓰세요.
아줌마 : (눈물을 닦으며) 정말 고마워유.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아야 할른지유.
마  틴 :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주님께 감사하세요.
아줌마 : 저, 그럼 가보겠어유.  안녕히 계세유.
마  틴 : 네! 자주 들르세요.  제가 늘 빵을 남겨놓겠습니다. (아주머니 퇴장한다)
        정말 마음이 기쁘구나.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내가 왜 진작 불행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못했지?  그런데 예수님은 도대체 언제 오시는
        걸까? (밖을 내다본다) 어? 어? 저 할머니는 왜 저렇게 어린애를 때리지?
        (달려가 할머니와 어린애를 데리고 온다.  할머니는 광주리를 들고 있다.)
할머니 : 요녀석 요녀석 (마구 때린다)
아  이 : (울면서) 할머니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마  틴 : 아니 할머니, 애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렇게 심하게 때리시나요?
할머니 : (호들갑스럽게) 아니 이 녀석이 글쎄 내 광주리에서 사과를 슬쩍 빼내려고 하질 않겠어요?
        아 글쎄 이런 놈은 경찰서에 끌고 가야 한다니까요.  요놈시키! (때린다)
        조그만게 벌써 도둑질이야?
아  이 : 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이젠 안 그럴께요.
마  틴 : 할머니, 제가 야단을 쳐서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할테니 집에 들어가세요.
할머니 : 선생께서 정 그렇게 하신다면 내가 이번만 참겠시다. (아이를 보며) 너 조심해!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
아  이 : 네네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 퇴장한다.  아이는 계속 울고 있다)
마  틴 : 얘얘, 울지마.  어쩌다가 사과를 훔치게 됐니?
아  이 : 전 1년이 넘도록 사과를 먹지 못했어요.  우리 집은 가난해서 밥도 간신히 먹는단 말예요.
        그런데 사과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흑흑거린다)
마  틴 : 그래, 이 아저씨도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단다.  이 아저씨도 가난했어.  
        아저씨는 3년 동안 사과를 먹어보질 못한 일도 있었지.
아  이 : 3년 동안이나요?
마  틴 : 그래.  그러나 크게 되면 많이 먹게 되는 거야. 자 봐라. (사과를 가지고 온다)
        난 매일 사과를 먹는 걸?  그런데 오늘은 너에게 주마.  사과를 먹고 가렴.
아  이 : 아저씨.  이 사과…가지고 가면 안 돼요?
마  틴 : 왜?
아  이 : 제겐 여동생이 두 명 있어요.  걔들도 사과를 먹고 싶다고 했어요.  
        어제 밤엔 사과를 먹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기도를 드렸어요.  사실은 오늘 제가 사과를 훔친 것도
        동생들 때문이었어요.
마  틴 : (아이를 품에 안으며) 네 이름이 뭐지?
아  이 : 세르게이에요.
마  틴 : 언제든지 사과가 먹고 싶으면 우리 집에 오너라, 세르게이.
아  이 : 정말이예요? 우리 동생들하고 와도 돼요?
마  틴 : 그래.  자, 이 사과 다 가지고 가렴.
아  이 : 아저씨, 아저씨 잡수실 거 아니예요?
마  틴 : 난 실컷 먹었어.  그리고 창고에 많이 있단다.
아  이 : 아저씨 성함은요?
마  틴 : 마틴이라고 불러.
아  이 : 마틴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퇴장한다)
마  틴 : 오, 하나님 (두 손을 모으고) 세상엔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그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 나도 이제 남을 위해 살아야지.  
        그건 그렇고 밤이 늦은 것 같은데 예수님은 끝내 오시지 않는구만.  아무래도 내가 개꿈을 꾼 것
        같아.  아이구 졸려.  잠이나 잘까? (책상에 고개를 대고 잔다)

예수님의 음성이 들린다.

예수님 : (목소리만) 마틴! 마틴!
마  틴 : (고개를 들며) 예수님!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예수님을 기다렸는데 왜 우리 집에 오시지 않으셨나요?
예수님 : 나는 세 번이나 너의 집에 찾아갔었다.  첫 번째는 청소부가 되어 찾아가 따끈따끈한 차를
        대접받았지.  두 번째는 불쌍한 거지 아줌마의 모습으로 찾아가 굶주린 배를 채웠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가난한 집 어린이의 모습으로 찾아가 사과를 많이 먹고 왔단다.
마  틴 : 그렇다면, 아까 그 사람들이 바로 예수님?
예수님 : 그렇다.  여기 내 형제들 중에 지극히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한 선행이 바로 나에게 하는
        선행이니라.
마  틴 : 감사합니다.  예수님, 저는 예수님을 잊고 살아왔지만 예수님은 저를 잊지 않으셨군요.
        이제부터 교회도 잘 다니고 하나님의 일을 하며 남은 여생을 살겠습니다!
        참 오늘밤 성탄 예배에 참석해야지. 목사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목사님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성경책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성탄 캐럴이 울려퍼진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