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사진.글/청호 윤봉석
행복을 안아 드리기엔 한없이 짧기만 한 내 양팔
그리움을 담아 놓기엔 작고 아둔한 내 머리
사랑을 짊어지기엔 힘없는 내 어깨
아픔을 쓰러 묻기엔 너무나 작고 초라한 내 가슴
그러나 부족하고 미천한 내가 쓸 수 있는 편지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남겨놓은 그리움을 읽고
가슴에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날엔
당신이 지어주신 시 한 수를 외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눈동자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어쩌다 저기압이 흐르는 날에는 우산 속에서
찬란한 무지개 꿈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지한 내 곁에는 명석하고 예쁜 당신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당신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은
달빛 스며든 밤이면
당신에 헛기침 소리만 들어도 태풍이 불 것인지
빗방울에 옷깃이 젖을 건지
하늘에 명왕성을 따다가 비둘기 집을 지을 건지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보는 행복은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 서면 당신이 외로움에 앓는 신음을 들으며
사랑이 저렇게 붉게 타는구나
콧날 시린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백예순다섯 통의 편지를 가슴 한구석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쓰지 않아도 보고 싶은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한 평도 안 되는 비좁은 사각의 링 안에서
서로 옷깃이 스치고 어깨를 부딪치며
마음을 나누고 정을 통한 지가 언 5년
마음을 한데 묶어 쌓아올린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에
주인공인 당신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아직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그 이름도 찬란한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기다리는 아픔을 참아내며 괜찮은 척하는 당신만큼
나도 그리움을 견디는 척하는 것 뿐입니다
당신이 그리울 때 쓰는 편지가 사랑이 아니라고
애써 변명은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만큼 나도 괜찮다고
편지 첫머리에 쓰고 싶었던
진실이 담긴 백서의 고백 편지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당신의 사랑이었습니다
가슴에 묻어 두기엔 사연이 너무 길어
묻어둘 수 없고
가슴에 품고 살기엔 할 말이 너무 많아
화산으로 폭발할 것 같아
망설이고 망설이다 오늘에야 꺼내보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도 당신이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일 년 삼백예순다섯 통의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좋은글·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 (0) | 2011.05.10 |
---|---|
생각할수록 좋아지는 사람 (0) | 2010.12.08 |
행복과의 커피한잔 (0) | 2010.06.30 |
- 마음을 비우고 보면- (0) | 2010.06.21 |
미워하지 말고 잊어버려라 (0) | 2010.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