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뒤편 미국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 정문과 구내 앞마당이 19세기 말 대한제국의 관세업무를 맡았던 총해관(관세청의 전신) 청사 터였음을 보여주는 옛 사진이 발견됐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은 20일 옛 총해관 청사가 덕수궁, 외국 공관들과 나란히 자리잡은 구한말 정동 일대의 희귀 사진을 공개했다. 배재학당을 창립한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1899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은 외국 공관과 관계가 밀접했던 총해관의 실체를 보여줄 뿐 아니라, 러시아·미국·영국 공관과 덕수궁 건물들의 배치 구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식 구도의 유일한 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총해관은 팔작지붕 아래 두개의 창을 낸 양식 벽돌 벽체가 들어선 절충식 한옥이다. 당시 수장(총세무사)이었던 영국인 브라운이 지은 것이다. 그 오른쪽은 현 덕수궁 석조전 자리인데, 사진을 찍을 당시는 석조전을 짓기 전이어서 원래 석조전 자리에 있다 철거한 서양식 건물 구성헌만 눈에 띈다. 총해관 담장 앞 지금 정동교회 부근에 외국인들이 운동했던 테니스코트와 코트를 다지는 롤러가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사진은 관세청이 최근 낸 <사진으로 보는 한국관세 130년 추록>에도 실렸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배재학당 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