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나는 보약] 당귀(當歸)
최형주 박사의 사상체질 등산건강을 마치고, ‘산에서 나는 보약’을 새롭게 시작한다. 우리나라 산천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 약효가 있는 것들을 골라 그 효능과 복용법 등을 소개한다. 자연자원 보존을 위해 가능한 한 산에서 흔히 나는 식물들을 대상으로 했다.<편집자>
보혈, 간 해독에 으뜸인 명약
암수술 환자의 회복, 출산 후 회복이 어려울 때 최고
우리나라의 산에는 당귀라는 약초가 있어서 행복하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당귀는 그 뿌리를 약으로 쓴다. 생김새가 미나리 같고 3, 4년근이 약이 된다. 한방약 중에서 보혈하는 약재 중 우두머리가 된다. 당귀·백작약·천궁·숙지황은 사물탕이라 하여 보혈약인데, 거기에서 당귀가 첫 번째 약으로 쓰인다. 당귀 종류가 여러 가지 있지만 참당귀라 하여 우리나라의 야생당귀를 가장 상품(上品)으로 쳐준다.
한 처녀가 변비가 심하고 빈혈이 심하여 철분제를 써도 위장 장애만 생기고 낫지 않아 고생을 했는데 당귀차를 마시고 등산을 하여 1달 만에 나았다.
당귀는 해독작용도 한다. 모 대학의 생약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귀는 돌미나리의 20배에 해당하는 해독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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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복집에 갔더니 유난히 손님이 많고 음식 맛이 좋았다. 그 비법을 물었더니 복탕에 한약재인 당귀를 쓴다고 했다. 흔히 술독을 제거하기 위하여 복국을 먹는데 당귀를 넣어서 독을 해독하는 것이다. 한 학생이 생선을 먹고 두드러기가 났는데 3년이 되어도 낫지 않는단다. 당귀차와 등산을 곁들여 3개월 만에 씻은 듯이 나았다.
당귀는 쓰는 부위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 머리 부분은 피를 멎게 하는 지혈제로 쓰이고, 몸통은 피를 보충하는 보혈제로 쓰이며, 꼬리 부분은 죽은피를 풀어내는 파혈제로 쓰인다.
아이 셋을 나은 부인이 매월 월경을 치를 때마다 기능성 출혈이라 하여 좋은 피가 덩어리져 나가므로 빈혈이 심하고 소화도 안 되고 어깨, 목덜미, 허리가 많이 아팠다. 당귀에다 녹용을 넣어서 먹고 기능성 출혈도 낫고 골다공증도 해소되었다.
오래된 <금괴요약>이라는 문헌에 보면 당귀에다 생강과 양육(양고기), 계지, 작약, 엿 등을 넣어 먹으면 골다공증과 소화불량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임신 중 방광염에 걸리면 약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데, 이때 당귀에 고삼과 패모를 넣어 같이 쓰면 특효가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간의 독을 풀어내며 어혈을 풀어 통증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B형 간염 환자가 간수치(GOP, GPT)가 500씩 올라갔다가 치료를 하면 다시 정상이 되었다가 다시 올라가고 하기를 10여 차례 반복했는데, <동의보감>의 당귀가 들어가는 보중치습탕을 먹고 다시는 간수치가 올라가지 않았다. 이때 꼭 근육운동을 시키는데, 여기에는 등산이 최고다.
당귀사력탕 단 한 첩으로 오랜 음극사양증 치료
벌써 40년이나 지난 1967년도의 일이다. 나를 찾아온 환자는 소녀티를 갓 벗은 젊은 여성이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병 때문에 두 달 남짓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치료를 받는 동안은 좀 완화된 듯하다가 다시 열이 올라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였다. 의사들이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 부모로서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더 이상 소생할 방도가 없다고 보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체질을 감정해보니 소음인이고 증상은 음극사양증이었다. 음기가 넘쳐 마치 양기가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다.
소음인의 경우 열을 내리는 처방을 해서는 안 된다. 해열제를 쓰면 그때는 열이 내려도 점점 열이 고조되어 근본적인 열을 해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음인의 음극사양증에는 당귀사력탕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만약 체질이 소양이거나 증세가 음극사양증이 아닐 경우 당귀사력탕은 위험한 약이다.
단호한 처방을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 가지 남아 있었다.
처음에 내원했을 때 수행원 비슷한 사람들이 한두 사람 따라온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높은 지위의 권력기관에 있는 것 같았다. 보호자가 내 딸을 고칠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따님은 고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요?”
“지금 당신의 직책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자리라면 어떤 의사가 마음 놓고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들어보니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만에 하나 잘못되었을 경우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가 두려워서 최소한의 치료만 한 것 같습니다.”
“허어!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치료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내 딸을 치료해주실 수 있겠소?”
“가능합니다. 그런데 치료에 앞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한 장 써주십시오.”
“서약이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하겠소.”
보호자는 내가 건넨 백지에다 서약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막 서약서 첫머리를 쓰자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됐습니다. 더 이상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의사로서 소신이 있고 책임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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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단호한 마음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워낙 위험한 처방이 되어서 그런 무례한 부탁을 한번 해본 것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이 증상은 소음인 음극사양증이라는 증상으로서 속에 얼음이 차서 냉한데 역으로 몸에는 열이 나는 것입니다.
이 얼음을 녹이려면 뜨거운 불로 녹여야 합니다. 그래서 당귀사력탕이라는 아주 뜨거운 약을 써야 해요.
독은 없는 약이지만 속이 더운데 이 약을 쓰면 열에 열을 더하여 큰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합니다.
제가 소신과 자신감으로 처방했으니 이 약을 한번 써보십시오” 하고 한약 한 첩을 지어줬다.
“이 약을 얼마나 먹으면 될까요?”
“이 약 한 첩이면 될 것입니다. 워낙 큰 얼음이라서 아주 큰 불대포를 쏘는 겁니다.”
약 한 첩을 지어주고 퇴근도 못하고 전화기를 앞에 놓고 밤을 꼬박 새웠다. 아침 9시가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환자는 계속 자고 있으며 열이 다 내렸단다. 이제부터는 음식을 함부로 먹이지 말고 찹쌀죽을 하루에 5번 먹이고 잠을 많이 자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간질환 치료에 탁월한 효과
참으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당귀사력탕! 성질이 불같이 뜨거운 약이다. 음이 극에 달하여 반대로 신열이 높은 병을 단 한 첩으로 치료했다. 우리 산에서 나는 당귀의 힘이다.
그 후에 환자의 아버지가 찾아왔다. 감사의 표시를 하고는 어떤 원리에 의하여 내 딸이 단 한 첩에 나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이제마 선생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이제마라는 분이 사상의학을 창시하셨는데 이는 사람의 체질을 태음, 태양, 소음, 소양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체질에 따라 음식도 먹고 병이 났을 때 체질에 맞는 약을 써서 치료해야 한다는 독특한 의학체계이며, 이를 개발했기 때문에 그분에게 감사를 해야 된다고 했다.
우리 산에서 당귀가 난다는 것도 우리의 자랑이요, 다행한 일이다. 당귀는 원래 성질이 뜨겁기 때문에 속이 냉한 소음인의 약이다. 그 향과 맛이 특이하기 때문에 차로도 많이 마시는 한약재로서 음식의 독을 해독시키는 명약이다.
어떤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고 알코올 중독이 되었는데 당귀차를 3년간 먹고 해독이 되었다. <동의보감>에 공진단이라는 보약이 있는데 설악산 산당귀가 들어간다. 천원일기를 상승시켜 저항력을 길러 백 가지 병이 생기지 못하게 한다. 특히 간을 치료하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만성병, 각종 암 수술 환자의 회복기나 출산 후에 회복이 어려울 때 쓰는 최고의 보약이다. 중국산이나 일본산도 있지만 당귀는 우리 산에서 나는 산당귀가 최고품이다. 모름지기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의미로 우리 당귀를 장려하고 원산지 복원을 서둘러야 하겠다.
/ 최형주 한의학 박사·영등포 명성한의원 원장. 한국체질의학연구회 회장.<예언(豫言)> <비방(秘方)> <산해경(山海經)> 등 저술
- 월간산 [483호]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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