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단추 -김혜환-
엄마는 오늘 시장에 다녀오셨어요. 엄마의 장바구니를 풀어 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초롱이와 형 초록이는 장바구니에 담긴 물을 꺼내 보느라 정신없습니다.
"와, 시금치다. 엄마, 이건 뽀빠이처럼 몸을 튼튼하게 해 주는 야채죠?"
"그래."
"와! 이게 뭐야. 새 바지네. 벨트도 달려 있어. 엄마. 이 바지 제 건가요?"
초롱이는 얼른 입어 봅니다. 하지만 초롱이에겐 너무 큰 바지였어요. 형 초록이가 소리쳤습니다.
"그럼, 내 바지네, 와! 신나라."
"엄만 왜 맨날 형 것만 사 오세요? 저는 매일 고무줄 바지만 주시고… 저도 형이나 아빠처럼 신사 바지 입고 싶어요."
초롱이는 그만 토라졌어요. 그때 엄마는 장바구니를 뒤지시더니 색깔 단추를 꺼내셨어요.
"초롱아, 이리 와 보렴."
"이게 뭐야? 이건 그냥 단추잖아요."
"이건 그냥 단추가 아니고 신기한 요술 단추란다. 내일 아침에 이 단추들이 어떤 요술을 부렸을까 기대해 보렴."
"엄만, 단추가 무슨 요술을 부려요?"
"딩동 딩동."
초롱이 아빠가 오셨습니다. 아빠는 버스 운전을 하십니다. 오늘은 일찍 들어오시는 날이었어요. 초롱이와 초록이는 아빠에게 달려가 안겼습니다.
"아빠, 엄마가 제 바지는 안 사 오시고 형 바지만 사 오셨어요. 그러면서 단추로 무슨 요술을 부리실 거래요. 아빤 엄마 말씀이 믿어지세요?"
"그럼, 엄마를 믿어야지, 언제 요술을 보여 주신다던?"
"내일 아침에요."
"그럼 내일 아침을 기대해 보자꾸나."
초롱이는 저녁을 먹은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빨리 아침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왜 이렇게 잠이 안 오지? 엄마한테 한번 가볼까?'
한참을 뒤척이다가 초롱이는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갔어요.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엄마는 아빠의 낡은 와이셔츠랑 바지만 만지고 계셨고, 요술 단추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어요.
"쳇, 나를 바보로 아시나 봐."
초롱이는 다시 방으로 와 눈을 감았습니다. 벨트 매는 신사 바지를 입은 초롱이가 보입니다. 초롱이 입가에 비소가 가득합니다. 그 뒤로 빨강, 초록, 노랑, 단추가 둥둥 떠다닙니다.
초롱이는 초록 단추를 타고 날아갑니다. 큰길에 아빠의 버스가 보입니다. 신호등의 초록빛이 초롱이의 초록 단추처럼 환하게 빛납니다.
아빠의 버스를 따라 초롱이도 날아갑니다.
"아빠, 저 초롱이예요. 초롱이가 아빠를 지켜 드릴게요."
아빠는 빙긋이 웃습니다. 초롱이의 노랑 단추 위로 아빠의 버스가 올라탑니다. 구름처럼 두둥실 날아가는 초롱이와 아빠의 버스는 신이 났어요.
"초롱아, 일어나야지, 유치원 늦겠다. "
"엄마, 아침이에요. 빨리 요술을 보여 주세요."
"씻고 밥 먹고 난 뒤에 보여 줄게."
초롱이는 씻는 둥 마는 둥 오로지 요술 단추의 요술만이 궁금할 뿐입니다. 요술 단추의 요술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빠의 헌 와이셔츠가 요술 단추가 달린 초롱이 옷으로 변해 버렸고, 아빠의 낡은 바지도 초롱이의 신사 바지가 되어 있었어요.
"와! 정말 요술이네요. 아빠의 큰 옷이 제 옷으로 변했잖아요!"
초롱이는 새옷을 입어 봤어요. 거울에 비춰 보니 정말 신사 같았어요. 아빠가 초롱이의 볼에 뽀뽀해 주십니다.
"아빠, 저 신사처럼 보이죠?"
"그래, 신사 같구나, 게다가 옷에 신호등이 달려 있어서 교통 순경 같은데."
"와 ! 정말 교통 순경 같은데요."
형 초록이도 부러운 듯이 쳐다봅니다.
"초롱아, 네 옷이 내 새 바지보다 더 멋지구나, 정말 요술 단추는 굉장하구나."
초롱이는 생각합니다.
'정말 요술 단추가 요술을 부린 걸까? 아니야. 분명히 엄마일 거야, 엄마가 바로 요술을 부렸을 거야.'
초롱이는 엄마가 만든 옷이 새 옷보다 소중하고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걸까요? 초롱이의 발걸음이 유난히 씩씩해 보입니다.
유치원으로 달려가는 초롱이 뒤를 해님이 웃으며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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