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음식·건강

키위를 만나, 키위를 먹고, 키위를 보다

예성 예준 아빠 2010. 5. 25. 08:38

키위를 만나, 키위를 먹고, 키위를 보다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의 건강법

뉴질랜드에서 `키위`는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뉴질랜드인을 통상 `키위`라고 부른다. 몸은 통통하고 갈색 털이 보송보송한 날지 못하는 새 이름도 `키위`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즐겨먹는 과일 `키위`가 있다. 뉴질랜드는 우선 영국 청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긴 항해 끝에 정착한 섬이다. 초기 범죄자 수용소였던 호주에 비해 뉴질랜드 사람들이 한수 위라고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일본만 한 크기(26만8680만㎢) 면적에 인구는 고작 430만명에 불과한 뉴질랜드는 변변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아 젊은이들의 호주나 영국 미국 등지로의 `엑소더스`가 붐을 이룬다.

뉴질랜드의 주요 수출품은 주로 쇠고기, 양고기, 양털, 키위 등 1차 농산물이 대부분. 그중에서도 과일 `키위`는 단일 품목으로 뉴질랜드 원예 수출 중 46%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품목이다. 뉴질랜드`키위`가 전 세계 시장 중 25%를 차지하는 막강한 수출품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제스프리`의 공로가 컸다. 뉴질랜드 2700개 키위농가들이 100% 출자해 만든 글로벌 마케팅회사인 제스프리는 `고작` 240명의 직원으로 연간 1조2000억원어치 키위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일등공신.

신품종의 개발-재배기술 향상→수매→포장→마케팅→수출 등 모든 과정을 제스프리가 담당하기 때문에 농가는 품질이 좋은 키위 생산에 전념하면 되는 구조다. 모양, 당도, 색상 등에서 제스프리 기준에 충족하는 고품질 키위를 많이 생산하거나 일찍 수확할 경우 수매가를 최대 30%까지 올려주는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체 매출 1조2000억원 가운데 7.2~7.3%인 7000만~8000만달러를 커미션 명목으로 받아 쓰는 제스프리는 연간 키위 관련 영양학 연구 및 신품종 개발에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키위 농가들은 똑똑한 제스프리 덕분에 ㏊당 연간 640만원(그린키위)~4000만원(그린키위) 상당의 소득을 올리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키위 농장주들이 나이가 들어 키위농사를 자식들이 이어받아야 하는데 젊은이들은 뉴질랜드 시골에 박혀 키위를 생산하기보다는 유럽 미국 등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더 관심이 많기 때문.

키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메리앤 잉그햄 씨(65)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농장이 2.5㏊ 정도인데 남편 건강도 안 좋고 해서 웬만하면 팔고 노후를 즐기고 싶다"면서 "80만뉴질랜드달러(약 6억4000만원)면 팔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 키위는 식탁의 단골손님

= 뉴질랜드는 넓고 광막한 자연에 드문드문 로지(lodge)와 키위농장, 목장 등이 산재해 있다.바다와 포도밭이 보이는 오션사이드 모터 로지에서의 식사는 뉴질랜드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의 극치를 보여줬다. 포도덩굴이 휘감은 야외 테라스에서 갓 구운 스테이크에 키위살사 소스를 얹어 먹는 맛이란….

사실 다진 키위에 토마토, 양파 다진 것, 약간의 고수를 넣은 후 레몬즙, 올리브오일, 소금을 넣고 마구 저은 키위살사 소스는 고기류라면 어디에 얹어도 잘 어울릴 듯했다.

뉴질랜드 드러몬드푸드사이언스 연구소의 린리 드러몬드 박사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꼭 키위를 곁들인다"면서 "키위에 있는 액티니딘(actinidin)이란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해 소화흡수를 돕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드키위와 그린키위 간에 약간의 영양 차이가 있는데 "골드키위에는 빈혈을 없애주는 엽산,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글루탐산이 풍부해 어린이와 임신부에게 좋고 그린키위는 섬유질이 많아 젊은 여성들이나 40대 이후 중년 남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드러몬드 박사는 최근 체내에서 비타민C 생성을 못하는 인간처럼 실험용 쥐도 비타민C 체내 생성 기능을 없앤 다음 한 그룹은 합성 비타민C를, 다른 그룹은 비타민C 함유량이 많은 천연과일 키위를 먹이는 실험을 했다. 4주간 매일 같은 양의 비타민C를 먹였지만 키위를 먹은 쥐들이 합성 비타민C를 먹은 쥐들에 비해 심장, 신장, 간, 혈청 등 모든 세포조직에서 더 높은 비타민C 흡수율 및 유지율을 보였다.

드러몬드 박사는 "실제 실험을 해보니 흡수율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면서 "비타민 함유량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 키위는 `떠먹는 종합비타민`

= 비타민C라고 하면 흔히 오렌지나 사과를 떠올리지만 사실 `비타민의 제왕`은 키위다. 키위의 비타민C 함유량은 오렌지의 2.5~3배, 사과의 17배에 달한다. 골드키위는 100g당 109㎎, 그린키위는 93㎎의 비타민C를 함유한다. 하루 권장량의 1.6배에 이르는 수치다.

키위는 또 100g당 칼로리가 54㎉ 정도로, 바나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키위는 특히 요즘 문제가 되는 칼슘, 철분 등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똑똑한` 과일이기도 하다.

미국 영양학계 권위자이자 예일대 그리핀 예방연구센터 데이비드 카츠 소장이 현재까지 약 5만개 식품을 대상으로 비타민ㆍ단백질ㆍ식이섬유ㆍ칼슘 등 종합적인 영양을 분석해 1~100점의 점수를 매겼다. 과일 중에서는 키위ㆍ살구ㆍ블루베리ㆍ오렌지ㆍ딸기, 채소 중에서는 시금치ㆍ아스파라거스ㆍ콩ㆍ브로콜리ㆍ양배추가 100점을 맞았다. 참치ㆍ연어ㆍ굴 등의 해산물은 90점 미만, 돼지고기는 35점, 딸기우유는 23점이었다.

식품과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 대학 중 하나인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폴 라샹스 박사는 과일이 갖는 영양학적 가치를 무게에 따라 조사해 흔히 섭취하는 27종의 과일 100g당 영양소 밀도 분석, 영양성분의 농축도가 높은 정도를 평가해 보았다. 영양소 밀도는 영양학자나 영양사들이 음식의 영양학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계산법. 분석 결과 키위가 16점으로 조사한 과일 중 가장 높은 영양소 밀도를 갖고 있었다. 키위 다음으로는 파파야, 레몬, 딸기, 망고, 오렌지의 영양소 밀도가 높았고, 바나나와 포도, 천도 복숭아, 사과, 배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 키위 활용 요리 무궁무진

= 키위가 고기 단백질의 소화흡수를 돕는 데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하지만 고기요리 실컷 먹고 키위 한 조각 후식으로 먹는 후진성에서 이제 탈피해보자.

`키위`라고도 불리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주식이 고기인지라 언제 어디서나 키위를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키위를 섭취하는 방법은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토핑 소스에 키위를 마구 뒤섞거나 샐러드로 버무려 먹는 것.

뉴질랜드의 5대 요리사 중 한 명인 스테판 배리 씨는 뉴질랜드 요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의무를 맡은 유명 요리사이자 TV 출연과 각종 강연, 실습을 통해 뉴질랜드 키위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키위 활용 요리들은 간편하면서도 재료 자체의 고유한 맛을 최대한 살리는 생요리가 많아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크렘블레 키위

재료 : 계란 노른자 8개, 생크림 2컵, 바닐라 에센스 1작은스푼, 설탕 1/2컵, 그린키위 4개, 골드키위 4개

▷요리법

(1)계란 노른자와 생크림, 바닐라 에센스, 설탕을 섞어 커스터드 소스를 만들어 둔다.

(2)동그랗게 속을 파낸 키위 속에 커스터드 소스를 채운다.

(3)키위 겉면에 설탕을 살짝 뿌리고 토치로 그을려 먹음직스럽게 만든다.

 

 

 



◆키위 쇼트케이크

재료 : 베이스 : 버터 100g, 설탕 3/4컵, 바닐라 에센스 1티스푼, 달걀 2개, 밀가루 1컵

베이킹파우더 1/2티스푼, 다진 마카다미아 1/2 컵, 녹인 화이트 초콜릿 100g

벗긴 후 자른 골드키위 2개

토핑 : 크림치즈 125g, 메이플시럽 1/4 컵, 달걀 1개, 밀가루 1테이블스푼, 녹인 화이트 초콜릿 60g

▷요리법

(1)180도에서 오븐을 예열한다.

(2)버터, 설탕, 바닐라 에센스를 크림색이 될 때까지 휘젓는다. 달걀은 하나씩 잘 저어가며 추가한다.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체 친 후 마카다미아와 함께 버터 반죽에 넣고 살짝 섞는다. 화이트 초콜릿을 녹여서 함께 섞는다. 기름을 바른 원형 틀의 반 정도까지 반죽을 담고 얇게 썬 골드키위를 위에 올린다.

(3)토핑을 푸드프로세서에 재료를 모두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다. 파이 위를 두르고 180도 오븐에서 25분간 노릇노릇하고 완전히 익을 때까지 구워 낸다.

◆아보카도와 키위 살사 가리비

재료 : 아보카도 1개, 그린키위 3개, 다진 파 1개, 다진 허브 1테이블스푼, 태국 스위트 칠리소스 1테이블스푼, 레몬주스 1잔, 아보카도 오일 1테이블스푼, 가리비 20개

▷요리법

(1)아보카도와 키위를 벗겨서 깍둑썰기한 후 그릇에 담아둔다. 다진 파, 태국 스위트 칠리 소스, 레몬주스, 아보카도 오일을 넣은 후 섞는다.

(2)뜨거운 프라이팬에 가리비를 양쪽 2분씩 굽는다.

(3)토티야 칩이나 크래커 위에 담아 아보카도와 키위 살사를 위에 두른 후 낸다.

◆도미 세비체

재료 : 다진 도미나 흰살생선 400g, 다진 레드 어니언 1개, 다진 파프리카 1개, 씨를 제거한 후 다진 토마토 2개, 으깬 너트, 신선한 라임주스 1잔, 다진 고수 한줌, 설탕 2테이블스푼, 다진 그린키위 2개, 다진 골드키위 2개

▷요리법

세비체는 멕시코 요리로 상큼한 오렌지, 유자, 레몬 등에 해산물을 재거나 섞은 요리를 뜻한다.

(1)도미를 얇게 저며 그릇에 담아 놓는다.

(2)레드 어니언, 파프리카, 토마토, 너트, 라임주스를 넣는다. 냉장고에 2시간 반에서 3시간 잰다.

(3)음식을 내어 놓기 전에 여분의 라임주스를 따라내고 고수, 설탕, 소금, 후추를 추가한다. 그린키위와 골드키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섞는다.

(4)바삭하게 구운 토티야 셸 안에 넣는다.

[타우랑가(뉴질랜드) = 채경옥 기자]/ 매일경제 20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