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아버지, 건강한 청소년

자녀가 비뚤어지는 것이 어머니만의 책임일까．주부들은 남편으로부터 “당신은 집에 있으면서 뭘 어떻게 해서 아이가 이 모양이냐”는 질책을 받곤 한다．정말 아이의 문제가 어머니만의 책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6일 오후 4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함께 하는 아버지,건강한 청소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부모교육활성화 추진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장재홍씨는 ‘자녀교육은 어디까지나 엄마 몫’으로 생각하는 아버지들의 생각은 잘못된 고정과념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어머니가 훌륭하게 자녀 교육을 하고 있어도 아버지 몫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는 것．장교수는 “자녀교육에 있어 어머니는 ‘표현적 기능’을,아버지는 ‘도구적 기능’을 맡고 있다”며 “도구적 기능이란 규범이나 규율을 자녀에게 내면화시키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행 청소년이나 자기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에 대한 조사결과 가정에서 아버지들이 도구적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자녀를 건강한 청소년으로 키우고 싶다면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함께 해야 한다．장교수는 “자녀친구의 이름을 기억한다든지 자녀와 식사할 때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는다든지 하는 작은 실천으로 함께 하는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장교수는 이밖에 아버지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자녀교육에 관심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요즘 자녀 세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애들은 놔두면 알아서 큰다’ 등을 들었다．

가장 많은 아버지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이자 가장 일반적인 핑계인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해 장교수는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관심이 있는 곳에 시간이 있습니다．자녀와의 시간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이 중요한 것입니다”

주말에 자녀와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라면 아무리 시간이 남아돌아도 여전히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늦게 들어왔더라도 자녀 방에 한번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보거나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간단한 메모를 남겨 놓는 아버지,회사에서 야근하다가도 집에 있는 자녀에게 전화 한통 하는 아버지,자녀들은 이런 아버지를 함께 하는 아버지로 기억한다．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의 가장 큰 불만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특히 아버지들은 어머니에 비해 가치관이 경직돼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보다 융통성 있는 시각으로 자녀세대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는 성장과정에서 적절한 습관 형성,가치관 형성,대인관계기술을 습득하는 시기가 있다．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학교생활은 물론 평생의 성품을 좌우한다．아이들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역할을 다해야 제대로 클 수 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방법을 몰라 애태우는 아버지라면 이번대회에 공동주관단체로 참여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02-2263-4131),아버지의 전화(02-439-9090)등의 도움을 받아보자．

한편 이날 추진대회를 위해 청소년상담원이 전국의 청소년 1085명과 아버지 9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아버지들은 자신들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로 함께하는 시간의 부족(43.5%),경제적 뒷받침의 부족(19.2%),자녀에 대한 이해 부족(18.9%) 등을 들었다．또 청소년들은 애정표현을 잘하고 친구 같으면서 자녀와 의논하는 태도를 갖되 자녀의 잘못에 대해선 엄격한 어버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림기자 mskim@kmib.co.kr

[작은 실천으로 함께하는 아버지되기 10계명]

①자녀의 친구 이름을 기억하자．
②자녀의 장점 3가지 이상을 알고 있자．
③자녀와 식사할 때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말자．
④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녀에게 이야기해주자．
⑤아내와 의견이 달라도 자녀 앞에서는 아내를 존중하자．
⑥자녀의 잘못에 대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피하자．
⑦자녀교육에 대해 아내와 함께 고민하자．
⑧자녀의 선생님께 감사의 전화,편지를 보내자．
⑨지역사회의 교육환경개선에 관심을 갖자．
⑩자녀문제에 관심 있는 부모들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행사나 모임에 적극 참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