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이야기

☞ 장난감 공룡을 옷에 꽂고 다니는 이유

예성 예준 아빠 2010. 4. 10. 08:42

☞ 장난감 공룡을 옷에 꽂고 다니는 이유
 

 어린아이와 함께 있으면 영혼이 치료된다.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회사의  대표이고, 존경받는 한 집안의  가장인 남자가 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양복 옷깃에 장난감 공룡을 꽂고 다니는가?
 어느날 내가 볼  일이 있어서 급히 차를 몰고  나가려는데 내 아들이 작은
손을 내밀며 달려왔다. 아이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두 눈빛 작은 흥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차 유리문을 내리고 쳐다보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에게 드릴 선물이 있어요."
 "정말로?"


 나는 흥미를 가장하며  말했지만, 내심으론 시간이 늦어지는 것  때문에 초
조해졌다. 서둘러 떠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없었다. 그런데 아이는
천천히 손가락을 펴서 여섯 살짜리의 보물을 내보였다.
 "아빠에게 주려고 이걸 가져왔어요."
 그 작은 손에는 흰색 구슬  하나, 낡고 고장난 경주용 자동차, 토막난 고무
밴드, 그리고 몇  가지 물건이 더 있었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것들이 무엇이
었는지 잊어버렸다.


 아이는 자부심에 차서 말했다.
 "이걸 가지세요, 아빠. 아빠에게 드리는 거예요."
 "지금은 안 된다, 얘야. 난 어디를 급히  가야 하거든. 그걸 내 대신 차고의
냉동기 위에 올려놔 주겠니?"


 아이의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는 내 지시에  따라 차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큰길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면 좀더 감사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아들
여야겠다고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아, 네가 나에게 준 그 멋진 장난감들 어디에 두었니?"
 아이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아빠가 그것들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길래 아담에게 주었어요."
 아담은 길 건너편에 사는  어린 소년이다. 나는 그 아이가 나보다  훨씬 더
감사하고 흥분된 마음으로 보물들을 선물 받는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
었다.


 아이의 결정은 내 마음에 상처를  주었지만 난 응당 그런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그것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내가 무신경한 반응을 보인  결과일 뿐이
었다. 또한 그  일은 내 안에 남아  있는 또다른 아이의 기억까지도  되살려
주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
 누나의 생일이었다. 소년이 가진 돈은 2달러가 전부였다. 그래서 소년은 세
일 판매를 잡화점에서  누나에게 줄 선물을 사기로 했다. 아이는  상점 안을
몇 바퀴나 돌았지만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주 특별한 선물이어야만 했다. 아이는 마침내 선반  위에 있는 물건을 발
견했다. 매우  눈길을 끄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멋지게 생긴,  플라스틱으로
만든 풍선껌 기계였다. 안에는  밝은 색깔의 풍선껌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아
이는 그것을  사 갖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누나에게 당장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용감하게 그 충동을 억제했다.


 드디어 누나의 생일이  되었다. 누나는 또래 친구들이 참석한  생일 파티에
서 자신에게 들어온  선물 상자들을 풀기 시작했다. 각각의 포장을  풀 때마
다 누나는 기뻐서 환성을 질렀다.


 그리고 누나가  환성을 지를 때마다 어린  소년은 점점 더 걱정이  되었다.
누나의 친구들은 모두  부잣집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누나에게  2달러보다는
훨씬 값나가는 선물들을  살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온  선물들은 한결같
이 비싸고, 빛이 났으며, 모두의 관심을 끌만큼  효과가 있었다. 아이의 작은
선물 꾸러미는 점점 작고 초라해져 갔다.


 그래도 아이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누나가 자기가  주는 선물을 풀어 보
는 순간 기쁨으로 얼굴이 빛나리라고 소년은 기대했다.  어쨌든 누나는 아직
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누나가 마침내 소년이  준 선물을 열었다. 소년은 누나의  실망스런 표정을
금방 눈치챘다.


 누나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갑자기 그 멋진 풍선껌 기계가  싸구려 플
라스틱 장난감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친구들이 보는  앞이기 때문에 누나
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뻐하는 표정으로 그 선물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누나는 한 순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누나는 일부러 친구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은혜를 베푸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남동생에게 말했다.
 "고맙다, 얘.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거였어."
 몇 명의 여자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낄낄거리며 웃었다.

 누나는 재빨리 이어서 진행될 생일 축하 게임으로  화제를 돌렸다. 어린 소
년은 마음에 상처를  받고 풀이 죽어서 시선을 돌렸다. 세일  판매 가게에서
그토록 멋지게 보였던 장난감이  이제는 형편없는 싸구려 물건에 지나지 않
았다.


 아이는 천천히 그것을 집어들고는 현관으로 걸어나가서  울기 시작했다. 그
가 산 싸구려 선물은 다른 사람들이 준 선물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모두들
난처하게만 만들었을 뿐이었다.


 집 안에서는 웃음 섞인 축하 파티가 계속되었다.  그것은 아이를 더욱 고통
스럽게 만들뿐이었다. 조금  뒤 아이의 엄마가 나타나 왜 울고  있느냐고 물
었다. 아이는 흐느껴 울면서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엄마는 말없이  듣고 있더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이의  누나가
혼자서 나타났다. 누나의 말투로 보아 엄마가 누나를  내보낸 것임을 소년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누나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동생을 무시하거나 상
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아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누나는  이제 아
홉 살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까다로운 일과 하룻동안 공주
가 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에 익숙치 않았다.


 누나는 아홉  살짜리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부드럽게 설명했다. 소년이  준
풍선껌 장난감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고 누나는 말했다.  소년은 알았다고 대
답했다. 그리고 소년은 정말로 알았다. 좋은 누나라는 것을.


 이제 그것을 완전히 반대  입장이 된 것이다. 단 이번에는 선물을  주는 쪽
이 아들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이  아버지인 나 자신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이 어린 내 친구는 내가 얼마큼 진실한  감정으로 그 선물을 받아
들이는가를 결정할 것이고, 내 반응이 그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최고의 선물>
 우리는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물건의 가격은 중요한 게 아니며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버지가 비싼 새  물건에는 신나하면
서 작은 손과 큰 가슴으로  정성 들여 만든 사랑의 근원적인 징표를 무시하
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비싼 새 자전거나 AD  플레이어를 사 주는 손보다
오히려 그 작은 손이 아버지에게  대해 훨씬 더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준다면 아이는 상처받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문제에  직면한 것은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였다. 우리집  아이들은
학교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선물을 사기로 했다. 벼룩시장에는  일반 가게
에서도 구할 수 없는 독특한 상품들이 많다. 그리고  물건들이 값이 싸기 때
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은 나를 위해 선물을 샀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특이 여섯 살 짜리 아들은  내가 받을 선물이 무엇일
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나를 계속  괴롭혔다. 선물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창조적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도 참을 수  없는지 날
마다 그것이 무엇일 것 같으냐고 내게 묻곤 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  그것도 매우 이른 시각에 아이는  흥분과 기대에
찬 얼굴로 첫  번째로 내게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자기가 주는 선물을  맨
먼저 열어 보라고 아이는 졸라댔다. 아이는 흥분이  되어 죽겠다는 표정이었
다. 마치 내가 이런 굉장한 선물은 두 번 다시  못 받게 되리라는 확신을 갖
고 있었다.


 나 역시 기대에 차서 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었다. 거기 그 선물이 있었다.
정말로 내가 여태껏 받은 것들 중에서 가장 멋진  선물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서른 다섯 살 어른의 눈을 통해서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다. '최첨단 기
술' 이 생산해 내는 물건들에 닳아빠진, 그리고  '더 빠르고, 더 간편하고, 더
경제적인' 것들에만 가치를 두는  어른의 눈을 버리고, 그 대신 흥분된 여섯
살짜리의 눈으로 그 선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2센티미터 크기의  초록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모양이 다른 여러 개가 세트로 들어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재빨리 그 중 가장 멋지게 생긴  것을 가리켰다. 그것의 앞발
톱에는 항상 옷에 꽂고 다닐 수 있도록 클럽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날 크리스마스 아침에 본  아들의 눈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눈은 기대와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빛이었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  작고 파란 눈이 나에게 여러 해  전에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정말로  중요한 건 마음이냐고? 나
는 아이가 온갖 자질구레한 물건들 속에서 하나의 보석을 발견하기 위해 얼
마나 고심하며  벼룩시장을 뒤졌을까를  상상했다. 아빠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한 그런 물건을 찾아서.


 나는 아이가 던지는 무언의 질문에  답하기라도 하듯 그 자리서 그것을 옷
깃에 꽂고는 매우 근사하다고 환성을 질렀다. 그럼으로써  아이의 생각이 옳
음을 증명해 보였다. 


 난 그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 후 몇 주일 동안  나는 말 그대로 어
느 곳엘 가든지 그 플라스틱 공룡을 내 웃옷  옷깃에 꽂고 다녔다. 이상하게
도 아무도 그것의 가치를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아들밖에는 아무도 그것
을 알아주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특별히 마음의 선물을  주고받는 아이들의 얼굴에 나타난 표
정은 비싼 보석이나 CD 음반을 선물하는 어른들의 얼굴 표정과는 다르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는 이웃집에 사는 두 아이가 우리집 아이들에게 종이
로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양말을 선물했다. 양말 안에는 여러  가지 보물들
이 들어 있고, 바느질 대신 수십 개의 호치키스가  양말 둘레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양말 속에는 이상한 모양의 크리스마스 캔디와 자기들이 갖고 놀던 아끼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그 아이들의 집안은 결손 가정이어서 돈이  별로 많
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과 진심 어린 마음이 그  물건들 속에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들이 바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언제 우리는 마음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가? 나는 이 질문을 내 자신에게
거듭 묻곤 한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위해서 하는 가장  소중한 행동들을
물질적인 가치로 평가할 때이다. 그때 마음의 소중함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내 아들이 내게 선물한 물건의 실제 값어치는 몇 푼밖에 안 되지만 내게는
그것이 황금만큼이나 어른의 옷차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종이 넥
타이나 판박이로 된 5센트짜리 '근사한' 나비 문신을 하고 다닌다면 그를 안
됐다고 여기지 말라. 만일 그에게 그것들이 약간  우스꽝스럽게 보인다고 말
하면 그는 단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내 여섯 살짜리 아들은 내가 지금  세상에서 가
장 좋은 것을  선물로 받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재무성이 아
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내게서 이것을 사갈 순 없지요."
 이것이 내가 플라스틱 공룡을 양복 옷깃에 꽂고 다니는 이유이다.
                                                          - 댄 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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