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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내게로 오던 날 / 윤향구

예성 예준 아빠 2009. 11. 12. 08:28

 그대가 내게로 오던 날 / 윤향구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이 되게 하던 당신 가슴에
      조용히 묻히고 싶다

      그대가 내게로 오던 날
      먼 가지 끝에 걸려 울던 긴 밤은
      가늘게 휘청대는 비에 섞여
      슬픈 강이 되어 흘렀다

      시간의 한 정점에서
      영혼을 깨우던 인연의 날개 하나
      푸르게 살아날 때
      향기 나는 햇살 
      등지는 아픔일지라도
      난 당신이 좋았다

      허전한 눈물에 길들어야 하는
      오늘만큼은
      긴 그리움이고 싶어
      당신 가슴에 조용히 묻히고 싶다

      그대가 내게로 오던 날
      그때도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